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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은행해외시장노린다)①'금융의 핵' 홍콩에서 배워라

2011-01-26 15:04

조회수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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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다. 은행장들은 신년사에 이어 지난 21일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서도 "국내 경쟁을 넘어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에서는 최근 국내 은행의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 국가를 찾아 이들 은행의 해외 영업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홍콩 =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영하 15도의 강추위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던 지난 18일, 세계 최고의 금융도시 홍콩에서도 이상저온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밤기온이 영상 7도였지만, 대부분 건물에 히터가 없을 정도로 1년 내내 온화한 홍콩에 이런 기후는 이곳 주민들에게도 낯설다.
 
공항에서 30분 쯤 지나 홍콩 남단의 홍콩섬으로 빠져나가자 마천루로 빼곡한 시내가 나왔다. 시내 랜드마크 건물은 대부분 금융회사다. 칼모양의 세계 최대상업은행 중국은행, 방패모양의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마주 보고 있다. 홍콩 전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빅토리아피크에 올라서면 날씬하면서 유독 높은 건물 두 채가 서쪽에 보인다. 강 남단에 있는 건물이 IFC(국제금융센터), 북단이 ICC(국제상업회의소) 건물인데 두 곳 모두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굴뚝이 없는 홍콩을 먹여살린 건 결국 금융사들이다.
 
홍콩에는 전세계 증권사만 800여개, 은행은 200여개가 있다. 이처럼 홍콩이 아시아 금융의 핵심이 된 건 세 가지 때문이다. 좁은 도시에 세계적 금융사들이 입주해 있다보니 정보교류도 빠르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후 중국 자본이 물 밀듯 들어온 것도 홍콩의 금융 발전을 도왔다. 서양자본과 아시아를 연결한 지리적 이점도 한 몫 했다.
 
◇ 동남아 진출 韓기업 위해 자금 중개
 
한국의 은행들은 중국, 미국에 이어 홍콩에 가장 많이 진출해 있다. 그렇지만 거리에서 한국 은행의 ATM(현금입출금기)이나 지점을 찾을 수는 없다. 대부분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여수신 보다는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 다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기업 등에게 해주는 중장기 대출), 수출입금융을 통해 동남아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기업 등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
 
 <홍콩내 한국 은행 지점 현황>
 
국민 신한 외환 우리 하나 기업 산업 수출입 합계
1 2 2 2 1 1 2 1 12
 
                              (자료 : 금융위원회 / 법인, 사무소 포함)
 
홍콩섬 동쪽의 최고급 명품 상점으로 가득한 퍼시픽 플레이스 빌딩. 이 곳에 입주한 우리은행의 강신국 지점장은 홍콩의 장점으로 '밀집'을 들었다. 작은 땅에 마천루가 빼곡히 모이면서 주요 금융기관은 어디든 차로 20분 내에 갈 수 있다.
 
강 지점장은 "우리은행 지점은 1980년에 설립돼 한 세대 넘어 영업 중"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이 곳 홍콩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업금융에 매진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 상의 불편을 묻자 "한국인 국제 학교는 물론 병원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될만큼 모든 인프라가 잘 돼 있다"고 답했다.
 
홍콩 진출 금융기관 중 유일한 법인인 KB국민은행홍콩법인의 박충선 사장은 "이곳 홍콩이 금융규모면에서 런던, 뉴욕, 동경 등을 이길 순 없다"면서도 "신디케이트론 등 기업금융을 위한 특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함께 102층 높이 ICC에 입주해 있는 하나은행의 김열홍 지점장은 "ICC내 모건 스탠리, 도이치 뱅크 등 국제IB(투자은행)와 협력을 강화 중"이라며 "앞선 금융인프라를 활용해 중국, 동남아 등의 금융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하나은행은 홍콩에서 PB(프라이빗 뱅킹)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김성호 PB팀장은 "홍콩을 찾거나 이곳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대상"이라며 "글로벌 PB은행 진출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규제 완화로 금융중심지 성장"
 
실제 한국의 은행들이 홍콩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많다.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자산규모도 밀리고 노하우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 곳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들이 신디케이트론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얻는 것이 보통"이라면서도 "이런 경험을 통해 전략적 서비스를 익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장차 세계적 IB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국내 규제에 묶여 상품과 서비스를 마음대로 제공할 수 없는 점은 아쉬운 사항이다. 해외 은행 지점들은 해당국과 국내 규제를 이중으로 받다보니 홍콩처럼 규제가 많지 않은 곳에서도 자유로운 영업활동이 어렵다. 실제로 몇몇 관계자들은 "홍콩 내 다른 나라 은행이 하는 투자활동을, 우리는 국내 규제를 이유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미 월스트리트 저널, 헤리티지 재단이 공동으로 선정한 세계 1위의 경제자유도시로 선정된 1994년 이후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홍콩내 한국금융계 주재원들이 작년에 발간한 '국제금융중심지 홍콩의 일곱가지 매직'에 따르면 홍콩은 감독당국의 규제방식에 자율재량권이 활용되고 회계감사인, 내부통제인에게 상당한 권한이 위임돼 자율적이고 세밀한 규제가 이뤄진다. 한 때 금융허브를 꿈꿨던 한국도 되새겨 볼만한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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