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콘텐츠에는 동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담겨 있다."
저서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드라마와 웹툰 등 성공한 작품들의 문법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간 주인공이 영웅처럼 고난을 극복하는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설정입니다.
회귀물은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로 날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빙의물은 주인공이 특정 인물에 빙의되며 풀어나가는 내용입니다. 환생물은 죽은 후 환생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2022년 방송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최근 유행 중인 회귀물 신드롬의 시초로 불립니다.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26.9%에 달했는데요.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역대 2위라는 진기록을 남겼습니다. 회귀물 드라마는 tvN의 '반짝이는 워터멜론'과 '내 남편과 결혼해줘', MBN의 '완벽한 결혼의 정석'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네이버 웹툰 인기 톱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도 대부분 ‘회·빙·환’ 물입니다. ‘화상귀환’, ‘외모지상주의’, ‘김부장’, ‘참교육’, ‘전지적 독자시점’, ‘촉법소년’ 등입니다.
'이생망'이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이번생은 망했다는 뜻인데요. 자살률과 고독사가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하는 동시대인들의 속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이번생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체념도 섞여 있는데요. 김경애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술 논문 '회빙환과 시간 되감기 서사의 문화적 의미'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겠다는 재건과 자조(自助), 개선의 욕망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OECD 평균 자살률은 평균 10.6명입니다. 반면 한국은 22.6명으로 유일하게 20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한국은 19년 동안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한국인들의 간절한 열망이 K콘텐츠를 통해 뻗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소설 내남편과 결혼해줘(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