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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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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국제유가 ‘스물스물’…해양시추 겨울나기 끝?

WTI 80달러 넘어서…주요기관 석유 공급·수요 전망 수정

2024-03-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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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생산량 증가와 수요 부진을 우려했던 주요 기관들의 전망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에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시장이 정리된 해양시추 업계에도 봄볕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5월물)은 배럴당 82.1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9월 90달러를 넘어선 이후 하락해 11월부터 최근까지 70달러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하순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주 14일 80달러를 다시 돌파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머지않아 지난해 고점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증산 규모 둔화…시장 전망도 수정
 
국제유가는 지난해 수요 부진에 따른 사우디 등 OPEC+의 감산 노력에도 미국의 증산으로 효과가 반감돼 하향 안정세를 그렸습니다.
 
지난해 OPEC+는 일일 생산량을 감산해, 11월 기준으로 하루 3589만배럴을 생산했는데 이는 241만배럴이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미국은 하루 107만배럴씩 생산을 늘려 전체 감산 효과는 절반으로 상쇄됐습니다. 
 
다만 올해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계속 증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증산 규모가 크게 둔화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미국은 DUC(drillbued but uncompleted, 생산을 중단한 생산 가능 유정)를 활용해 원유 공급의 시차를 줄였습니다. 일반적인 유정 채굴은 드릴 작업부터 산유량으로 연결되기까진 9~15개월 시간이 필요하지만, DUC를 활용하면 1~2개월 만에 원유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DUC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생산성이 좋은 DUC는 소진된 상태입니다. 한편에선 대형 에너지 개발회사(E&P)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글로벌 정유업체들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신규 투자를 하는 대신 기업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우는 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셰일업체들은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고 보유현금으로 인수합병(M&A)과 배당을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 셰일업체들은 M&A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생산량을 한껏 키웠습니다. 
 
또한 원유생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원유시추기 가동건수(Oil Rig Count)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기술서비스기업 베이커휴즈(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2월까지 미국의 리그 수는 600기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3월엔 600기 이하로 내려왔고 이후로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말엔 500기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2월 셋째주 기준 497기까지 줄었다가 지난주 다시 510기로 올라섰지만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더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게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지난해 일일 107만배럴의 증산량이 올해는 3만배럴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입니다. 유가를 둘러싼 환경과 많은 요인들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유가 상승에 회의적이던 기관들의 전망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글로벌 석유 공급량 증가분 전망을 하루 170만배럴에서 80만배럴로 크게 낮췄습니다. 반대로 석유 수요는 지난달에 전망했던 것보다 11만배럴 많은 130만배럴로 늘려 잡았습니다. OPEC은 올해 글로벌 일일 석유 수요가 작년보다 220만배럴, 내년엔 18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유가 투자도 늘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헤지펀드들이 작년 12월 이후 유가 상승 베팅을 늘리며 유가를 떠받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심해 드릴십 선단을 보유한 퍼시픽드릴링의 시추선박. 2021년 노블이 인수했다. 이듬해 노블은 머스크드릴링과도 합병했다. (사진=노블 홈페이지)
 
구조조정 끝낸 시추업계 본격 상승?
 
이로 인해 유가와 관련된 산업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조선주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생산 단계의 영역, 업스트림(Up-stream)입니다. 그중에서도 육상 유전보다 빠르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시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양시추는 시추장비를 보유한 기업들이 글로벌 정유 메이저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집니다. 육상 유전은 생산설비를 세팅하는 기간과 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수출 터미널 건설 등에 10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해양시추는 소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또 해양시추는 육상시추에 비해 손익분기점(BEP)이 낮고 마진은 더 높은 편입니다. 
 
특히 해양시추 업계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2010년대 후반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경쟁력이 약한 퇴출됐고 강한 기업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M&A로 새로운 주인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시추장비 발주는 급감했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시드릴(종목기호 SDRL)만 해도 2020년에 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가 2022년 10월 재상장해 현재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론트라인과 골라LNG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조선을 보유한 노르웨이의 해운왕 존 프레드릭센이 최대주주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추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노블(NE)은 주요 고객사가 엑손모빌 쉘, 토탈에너지 등 글로벌 정유업체들입니다. 이들과 맺는 계약이 최근 단기계약에서 장기계약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라리스(VAL), 보르드릴링(BORR), 트랜스오션(RIG) 등의 실적과 주가 흐름도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시추 관련 업체 중엔 노르웨이 기업이 많은데 미국에 복수 상장한 곳이 많지 않아 투자 접근성은 떨어집니다. 
 
이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라 상승 후 횡보 중인 주가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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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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