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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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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대를 갈 순 없다

2024-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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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앞에 의대 준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사교육을 관리할 수 있는 정권이 나온다면, 그 정권은 무조건 장기 집권이 가능할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냐고 묻자, 한 대학 교수가 한 말입니다.
 
한국 사회의 수많은 사회 문제 중 사교육은 특히 해묵은 이슈입니다. '대학 가야 사람답게 산다'는 기성세대의 말은 아직 유효합니다. 최상위권 학생이 선택한다는 의대 밑으로 서울권 대학이 촘촘하게 피라미드처럼 줄 세워져 있습니다. 나라에서 손가락에 꼽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학생과 학부모가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작년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입니다. 얼핏 들었을 때 너무 막대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었나'라는 책을 보면, 전 세계 개발도상국 어린이 모두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는 데 연간 8조5000억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90년대 말에 지어진 책인 것을 감안해도, 한국의 사교육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 모두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고도 남는 돈이죠.
 
이렇게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잘 벌고,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대치동과 목동 일대에서는 '의대 신화'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마냥 비판할 사람은 없습니다. '적게 벌고도 하고 싶은 걸 하며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형편없는 말일 것입니다.
 
뻔하지만 우리는 다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꺼내 들어야 합니다. 의대와 타 대학 졸업생, 대졸과 고졸의 노동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의대를 가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기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의대를 가지 않아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조상들의 격언처럼 시쳇말로 '밑천이 없다'는 게 언제쯤 이 땅에서 유효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 백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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