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지은

jieunee@etomato.com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갈 곳이 없네요

2024-01-04 15:27

조회수 : 1,29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초등학생의 방학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방학 기간 온종일 머물 수 있는 학원 찾기에 나섰습니다. 가정에서 온종일 돌봄이 어려운 아이의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주변 학원에 전화를 돌려가며 알아봤죠. 다행히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평상시 학교 등교하듯 학원에 나와 배움과 놀이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접수를 완료했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학교가 방학을 했고, 아이는 학교가듯 평상시처럼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같은 반 OO이도, 학원을 같이 다니던 △△도 같이 다니고 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한겨울 아침 늦잠이라는 달콤함도 모른 채 말이죠. 
 
경기도 수원시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학식을 마치고 하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 곳이 없는 건 초등학생만의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청소년들도 학교와 학원을 뺑뺑이할 뿐 마땅히 가야할 곳이 없다고 하는데요. 일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파트 놀이터'를 놓고 설전이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왜 다 큰 아이들이 와서 자리를 차고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첫 육아에 나서는 엄마들이 주로 글을 올리다 보니 '어린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큰 아이들이 와서 뛰어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다수였는데요.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 큰 아이 같지만, 학교, 학원을 빼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말이죠.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저만 해도 그랬습니다. 방과 후 친구들과 무엇을 하려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요. 학원 가기 전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 놀이터 구석에서 군것질하며 수다를 떨곤 했습니다. 
 
어른들은 어떤가요. 나이가 들고, 시대에 밀리면서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갈 곳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합니다. 최근 은퇴한 분은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 이지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