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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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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흡수 통일' 현실성 없어…한반도 위기관리 더 어려워졌다"

북 무력 행동, 한미 강대강 기조 연동될 듯…"현 정부 외교정책 전제 무너져" 지적도

2024-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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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3일 차에서 경공업 발전 방안과 2024년도 예산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남한을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교전국으로 못 박으며 '통일 불가'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우며 '북한 붕괴론'을 기저에 둔 '통일 준비 본격화'를 예고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의 한반도 위기관리 난도가 더욱 상승한 것이라고 공통된 진단을 내놨습니다.
 
3일 <뉴스토마토>는 북한 전문가 4인에게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대한 평가 군사적 움직임 가능성, 11월 미국 대선에 따른 북한의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구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나다 순)가 참여했습니다.
 
철 지난 북한 붕괴론…"제재 정당성 위한 것"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처럼 강력한 한미 '억제체제의 벽'에 막혀 결국 태엽이 풀려 멈추어 서고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태엽 감은 장남감 자동차'를 소련의 해체에 비유했는데, 사실상 '북한 붕괴론'을 시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현실감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고 전 원장은 "대남 관계를 대적관계로 바꾸겠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김 위원장의 입으로 공식화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국 북한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있는 '잠정적 특수관계'를 이제는 각국의 관계로 다루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흡수 통일론'은 현실감없는 이야기"라며 "북한이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을 볼때 붕괴론은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 희망론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 총장은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으며, 통일부는 남북 간 대화·교류·협력을 토대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며 "통일 준비라는 것도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임 교수는 "군사·경제 요소로 북한이 붕괴할 거라면 북한은 냉전의 붕괴 이후 수도없이 망했어야 한다"며 "결국엔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부족이자, 현 정부의 대북 제재 압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논리"라고 짚었습니다.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문가 진단. (그래픽=뉴스토마토)
 
"군사 행동 수위, 예단 어려워"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유사시 핵 무력 등을 활용해 남한 전 영토를 평정하는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5차례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도화와 군사정찰위성을 추가 발사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중대한 군사적 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는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한미 대응에 따라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고 전 원장은 "강대강 정면승부의 원칙은 대미 원칙으로 돼 있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한미가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도 맞서서 강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도발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작은 충돌이라도 발생했을 때 과거에 비해 위험이 커질 것이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져 그만큼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피로도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양 총장은 최근 거론되는 4월 대한민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과 연결된 북한의 중대 무력 도발 가능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한미 군사훈련과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서더라도 수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은 본인들의 무모한 도발이 오히려 윤석열정부를 도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정해진 수순이지만 7차 핵실험 등에 대해서는 수위 조절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설정한 '적대국' 관계가 윤석열정부 임기에 한해서만 유효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 독재 정권은 지속하고 우리 정권은 시간에 따라 바뀌게 될 텐데, 적대관계는 결국 한시적인 것"이라며 "서로 간의 불신을 지우긴 어렵겠지만 전략적 계산에 따라 새로운 대남관계를 만들어 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북핵 용인할까?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 채 핵 동결의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긴 했지만 암묵적인 허용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고 전 원장은 "트럼프 뿐 아니라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미국이 북한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현실을 인정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전략판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정책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중러와 삼각 외교를 이어가게 될텐데, 외교에서 열린 공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일본까지도 북한에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맹 외교를 전제로 삼았던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 전제는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양 총장은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으로 핵보유를 묵인하는 나라는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인데 각각의 전락적 이익이 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일본·대만까지 핵을 갖게 되면 미국이 가지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의 당선을 겨냥해 전략적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불확실한 변수에 배팅하는 것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변수가 많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일관되게 핵무력을 최대한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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