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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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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인터뷰)‘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장군의 최후 내 생각은···”

“제안 받은 뒤 ‘이제 나도 이 역할을 할 나이가 됐구나’ 싶더라”

2023-12-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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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4년 이순신 장군의 가장 격렬했던 전투 중 하나였던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사극 명량이 개봉을 했었습니다. ‘극락도살인사건그리고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직전 사극 최종병기 활을 만들어 사극 연출에 대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란 무기를 주연으로 내세운 분명하게 독특하게 색다른 영화였습니다. 앞선 두 편의 현대극으로는 별다른 흥행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한민 감독이 최종병기 활748만 흥행 성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나온 영화가 명량입니다. 하지만 관심의 집중은 사실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누가 이순신을 연기하느냐. 배우 최민식이 한답니다. 여론의 반응은 사실 곱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 최민식은 강하게 센 캐릭터를 전문으로 맡아온 배우였습니다. ‘연기의 달인으로 꼽히는 그였지만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으냐. 그 질문에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분명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1761) 기록을 냈습니다. 앞으로도 절대 깨지기 힘든 기록입니다. 이후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로의 확장을 발표했습니다. 놀랍게도 3부작의 이순신을 모두 다른 배우가 맡는답니다. 작년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에선 배우 박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 역사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최후가 담긴 전투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이순신 장군은 누구일까. 배우 김윤석이었습니다. 그 역시 강하게 센 배역 전문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역시였습니다.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앞선 최민식 박해일을 넘어서는 이순신의 진짜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게감과 부담감. 데뷔 35년차 특급 베테랑 김윤석이 느낀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기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찍느라 모로코에 있을 당시로 기억하는 김윤석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작품을 찍을 때 어떤 곳에 있었단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맞을 것이랍니다. ‘모가디슈촬영, 해외에서 진행되는 작업이었고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김한민 감독에게 연락이 왔답니다. 김 감독이 이순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까마득하게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작업한 적은 없고 그저 같은 영화인으로서 안면 정도만 트고 지내던 사이였었답니다. 그런 그에게 시나리오를 메일로 전달 받았습니다.
 
그때 제안 받았는데 했죠. 드디어 나한테도 이게 오는구나 싶었죠. 막 설레거나 무섭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얘기가 있어요. 20대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고 30대에 햄릿을 하고, 40대에 멕베스를 하고. 그리고 50대가 되야 리어왕을 할 수 있다는. 제가 나이가 50대가 넘었으니 이제 나도 이순신을 연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구나싶은 생각은 들었죠. 모로코에서 일단은 모가디슈에 집중하면서 한국에 가서 봅시다라고 말씀을 드렸죠.”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에 와서 김한민 감독을 만난 김윤석입니다. 그는 김한민 감독을 만나 몇 시간 동안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했다며 웃었습니다. 김윤석은 대한민국에서 김한민 감독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이순신이란 인물의 무게감을 느낀다고 해도 충분히 감독에게 의탁을 해 볼만하다 싶었답니다. 김한민 감독과 나눈 이순신에 대한 얘기. 이랬답니다.
 
“’기생충대사처럼 김한민 감독은 이미 계획이 다 있었더라고요(웃음). 촬영 전에 저랑 둘이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시나리오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다 설명해 주더라고요. ‘명량의 기적적인 승리, ‘한산에서는 압도적 승리 그리고노량에선 승리보다 전쟁의 의미가 더 중요했다고. 과연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일어났다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얘기를 하루 종일 했어요. ‘명량을 만든 지 10년 됐지만 아마 준비까지 포함하면 20년은 이 얘기에 파묻혀 있던 거죠. 그 계획안에서만 내가 하면 되겠다 싶었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에서의 최민식도 한산에서의 박해일도. 이순신을 연기하면서 막막함 그리고 거대한 무엇에 가로 막혀 숨도 쉬기 힘들었다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량에서의 김윤석, 그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담아낸 이 전투를 오롯이 담아내야 했습니다. 그의 부담은 최민식 박해일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겁니다. 앞선 두 사람에게 들은 조언은 내려 놓고 또 내려 놓으라는 말이었다며 웃었습니다. 그가 연기한 이순신, 그는 이렇게 했었답니다. 특히 마지막 최후의 그 장면은 김윤석을 가장 옥죄는 핵심이었습니다.
 
다른 방법도 특별한 무엇도 없었어요. 진실되게 표현하자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싶었죠. 사방에서 피와 살이 튀는 전투 중이고 조선과 왜 그리고 명나라 병사들의 아우성이 터지고, 그 기운이 절정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장군이 죽음에 직면한 상황이고. 근데 그 상황에서 장군이 무슨 분위기를 잡고 자신의 최후에 대한 유언을 하시고. 절대 그렇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럴 수도 없었을 겁니다. 나 하나 때문에 피해가 가는 것을 인정하실 분도 아니고. 딱 하실 말씀만 하셨을 거에요.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이 말씀 외에 뭐가 있었을까요.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고 위대한 영웅의 위대한 죽음을 그 순간에 그려진다? 그건 절대 아니죠. 장군의 최후를 그렇게 가는 건 아니라고 봤죠. 감독님도 동의하셨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은 자신도 연출을 하는 감독 겸 배우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김한민 감독에 대한 시선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윤석은 자신과 김한민 감독을 같은 감독의 입장이라고 묻는 순간 격하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런 표현은 과한 정도가 아니라 예의가 아니라고 웃었습니다. 그는 준비 기간까지 포함해 무려 20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마침내 대장정의 마무리를 이끌어 낸 김한민 감독의 공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얘기를 3부작으로 그리고 전부 다른 배우로 찍겠다고 한 걸 결국 완성시켰잖아요.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에요.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한 편만 찍어도 수명이 10년은 먹힐 정도로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려요. 김 감독의 노고에 최고의 점수를 주자면 끈기입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흔들었겠어요. ‘이만하면 됐다라고. 근데 자기 페이스대로 끝까지 끌고 왔잖아요. 이걸 준비하면서 이순신에 대한 건 이 잡듯이 다 조사하고 공부하고. 이 정도의 일은 아이디어와 실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성실함과 끈기. 그게 아니면 안되는 작업입니다.”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부터 한산: 용의 출현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김한민 감독이 이끌어 온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함께 한 김윤석의 소회,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 국내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영화인이라면 당분간 어느 누구도 이순신 장군 영화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윤석은 달랐습니다. 그는 또 다른 감독과 배우가 더 뛰어난 이순신 장군 영화를 만들어 주길바란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과 역사의 한 페이지. 오랫동안 기억되고 되새김질 되길 바라고 또 바라는 바람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이순신 장군이 더 이상 성웅이 아닌 너무 불행했던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이 바로 자식이 죽는 걸 보는 거라 하잖습니까. 그 장면을 비록 영화이지만 찍는 데 온 몸이 떨리더라고요. 그 와중에 7년 동안 갖은 고초를 다 겪으면서도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신 분이에요. 도대체 이런 분이 어떻게 존재했을까 싶어요. 임진왜란은 우리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긴 전쟁이었어요. 그 만큼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여깁니다. 그 고난을 승리로 이끌어 가신 분의 신념, 더 좋은 얘기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오길 분명하게 기대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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