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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의 K-국방)유엔사 참여 확대, 괜찮은가?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파병 16개국 유사시 다시 참여"

2023-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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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1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월1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한국 국방부가 처음으로 만들어 열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했고 다른 16개 나라는 주한 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등 17개 회원국은 공동성명에서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1953년 7월 전투병력 파병 16개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에 또다시 유사 상황 발생 시 재참전하겠다는 결의를 했다"며 "(이번에) 회원국이 이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70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라들이 군대를 다시 보내겠다고 갑자기 다짐하는데, 무슨 뜻일까요? 현실성은 있나요? 내력을 살펴보죠.
 
1950년 6월25일 북한군이 남침합니다. 한국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죠. 미국이 신속히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16개국 참전을 이끕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7월14일 유엔군 사령관으로 내정된 미군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 지휘권을 넘깁니다. 유엔군은 3년간 북한군, 중공군과 싸우다 1953년 7월27일 정전을 맞았죠.
 
정전협정을 맺던 날 유엔 참전 16개국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 모여 '한국 휴전에 관한 공동정책 선언문(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약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에서 나름의 결의를 표명했죠.
 
그 뒤 참전 16개국 군대는 대부분 철수합니다. 1972년 태국군 1개 중대 철수를 끝으로 유엔사령부 소속 외국군은 미군만 남았죠. 유엔사는 한국군과 주한 미군을 지휘하는 상급기구로서 한국 방위를 담당합니다.
 
1970년대 들어 국제정세가 바뀝니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고 중국이 대만 대신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과 싸웠던 중국은 한국전쟁이 끝났고, 미군 말고는 유엔군이 없는데도 유엔사가 왜 존재하냐고 따졌습니다. 1975년에는 유엔 총회가 유엔사 해체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절충안을 마련합니다. 한미연합사령부를 만들어 주된 한국 방위 책임을 맡기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으로 업무 범위를 대폭 줄였습니다. 한미연합사가 전투 부대라면 유엔사는 제한된 행정 기능을 하는 겁니다. 한미가 참여해 북한 위협을 억제한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둔다면, 국제사회에서 시비 걸기 어려울 테니까요.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 주한미군사령부 사령관은 미군 대장 한 사람이 겸직합니다.
 
노태우 정부 이후 한국 쪽은 작전지휘권 환수에 나섭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쪽과 꾸준히 환수 문제를 논의했죠.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쪽은 '유엔사 재활성화'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더라도, 미국이 유엔사를 활용해 한국군과 주한 미군 지휘에 관여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봅니다.
 
한국 쪽은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유엔사 재활성화 논의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논의가 빗나가 군사주권이 위축될까 걱정했고, 동맹국인 미국과 불협화음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죠.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지만, 군사주권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의장행사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과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에 윤석열정부가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처음으로 소집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회원국 없이 간판만 있던 유엔사에 회원국을 채워 넣자는 것이니 대담한 변화죠. 미국 쪽이 많이 해온 고민을 우리 정부가 떠안았네요. 과거 보수 정부와 비교해도 결이 조금 다릅니다. 궁금증이 몇 가지 생깁니다.
 
첫째,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 동맹만으로 부족한가 입니다. 한국은 GDP 세계 10위권이며 종합군사력 세계 6위로 평가받습니다. 미국은 군사력으로 세계 최강이죠. 미국을 제외한 16개국에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와 군사력이 작은 나라가 수두룩합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우리가 워낙 취약했습니다. 큰 도움, 작은 도움 가릴 것 없이 모두 고마웠죠. 이제 달라졌습니다. 한미 군사협력을 튼튼히 하면 북한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지 않나요? 재래식 충돌이든 핵무기 상황이든 다를 바 없죠.
 
국방부와 외교부는 2021년 12월 서울에서 '2021 유엔 평화유지(PKO) 장관회의'를 76개국 장·차관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었습니다. 한국군은 레바논, 남수단 등 여러 곳에서 유엔 PKO '블루 헬멧'을 쓰고 분쟁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주최국으로서 한국의 평화유지 기여 증진 방안을 발표했죠. 한국이 남의 도움에 기대기보다, 남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사례죠.
 
둘째, 유엔사 회원국들이 실제로 우리 전쟁에 참여해줄까요?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할 때 유럽연합 주축인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참여를 거절했습니다. 한국도 거센 논쟁 끝에 국회 의결을 거쳐 비전투 부대를 보냈죠.
 
장병 희생을 무릅쓰고 군대를 외국 전쟁에 보낸다? 국제회의에 참여해 말을 보태는 일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70년 전인 1953년 워싱턴 성명에 가담했어도 구속력이 없습니다. 의미를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활성화된 유엔사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비슷한 다자 기구가 되진 않을까요? 클린트 워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과 손한별 국방대 교수는 12월1일 <포린 폴리시>에 '한국이 옛 동맹관계들을 현대화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란 제목으로 기고했습니다. 두 사람은 쿼드와 오커스 등 기존 다자 기구 한계를 지적하면서 한국-유엔사 장관회의 첫 개최 의미를 설명했는데요. 여기서 출발해 중국 견제용 다자 기구로 발전시켜보려는 의도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월14일 "유엔군 간판을 내걸고 회의를 여는 것은 대결과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네요.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제1 안보 위협으로 여깁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북한 위협 억제가 중요하죠. 중국은 제1 무역 투자 대상 국가입니다. 정부가 덜 세련된 행보를 하다가 주변국 관계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저성장으로 힘든 마당에, 국방이 경제에 주름살을 얹어 주면 되나요.
 
정부가 유엔사 회원국 확대라는, 큰 방향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우리 국방 능력 변화와 국제관계 현실을 고려해 행보를 잘 조절하면 좋겠습니다.
 
■필자 소개 / 박창식 / 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와 소통, 말과 글로 행복해지는 기술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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