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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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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호선 "병립형 회귀, 최악의 수…민주당 참패할 수도"

천호선 사민당 사무총장 "권역별 비례제, 대한민국 망치는 길"

2023-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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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1인 1표 1가치'에 역행한다. 특히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제는 최악이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패할 가능성이 있다."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서울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그는 "연동형으로 더 큰 승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병립형은 오히려 (국민의힘에) 판세를 뒤집힐 수도 있는 방식"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열린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추진을 위한 제안 모임(새진추) 발족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천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로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였던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의 분석에 '전제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시나리오 분석에 앞서 양 당의 지역구 의석이 120석씩 같다고 가정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최 소장은 2000년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수를 평균내면 국민의힘 계열이 139석, 민주당 계열이 122석이라고 했는데,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국내 선거법의 특성 상 어느 한 쪽으로의 쏠리게 되는 결과가 주로 나타난다"는 것이 천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의석만 본다면 국민의힘이 84석, 민주당이 163석을 얻었고, 그 이전의 다른 선거도 정도는 달라도 쏠림이 반복는데요. 이에 따라 의석 수 전망을 위한 가정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100대 150 정도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어느 쪽이 승리하든 마찬가지일 거란 얘기죠. 
 
"병립형 땐 '서울·충청'서 50석 뺏길 수도"
 
천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대신 개혁연합신당 등과 범진보 비례연합정당을 만든다면 이번 총선에서도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회민주당은 이미 용혜인 의원이 제안한 개혁연합신당에 동참하기로 선언한 바 있는데요. 열린민주당도 이 플랫폼 정당에 올라타 있습니다. 천 사무총장은 "각자의 가치를 갖고 있는 진보 정당들과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는 것은 위성정당이 아니다"라며 "만약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50석 정도를 얻고 비례연합정당이 40% 이의 지지율로 2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 더 큰 승리의 기회가 있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반면, 천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비례제를 채택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3대 권역별 비례제는 대한민국을 망치려는 것이자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것"이라며 "전국을 6개 혹은 17개로 나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역별 선거제와도 다른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얘기다. 동서대권역에서는 오히려 지역갈등이 심화된다"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어 그는 "(병립형은) 사실상 양당이 항구적으로 독점을 하겠다는 체제"라며 "혼신을 다해서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을 막아낼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판세 분석 끝에 천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으로 가면 민주당이 참패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그는 "국민들이 선거제가 뭔지는 잘 몰라도 또 약속을 뒤집네"라며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또 한 번 심각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이제 약속도 안지키고 군소정당표까지 독점하려 하는구나 이런 비판을 받게 되면 서울이나 충청권에서 국민의힘이 50석 이을 앞서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개혁연합신당, 차기 대선까지 유지"
 
천 사무총장은 이날 '개혁연합신당'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해당 구상이 알려진 것은 최근이지만 이미 지난 7~8월경부터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등과 사전 교감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새로운 진보정치 세력의 연합 구축해나가보자라는 취지로 7월부터 3자가 함께하는 여러 토론회나 정치적 프로그램들을 공으로 시행해왔다"며 "일련의 과정들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천 사무총장은 개혁연합신당이 총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연대를 이어가기를 희망했는데요. "(개혁연합신당으로) 진보적 유권자 중에 실망한 분의 참여가 높아져갈 것이고, 다음 대통령 선거의 승리까지도 준비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그때에 가서는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가에 관계 없이 이 연합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선결과가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습니다. 
 
"조국 신당과도 가치 연대 가능"
 
아울러 그는 연대의 범위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도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천 사무총장은 "조 전 장관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부분도 있지만 윤석열정권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개인의 명예회복이 아닌 진보적 가치를 제시하며 정치적 비전을 내세운다면, 또 그 비전이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면 얘기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탄압을 받았음에도 뭔가 정치적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비전이 있다면, 자신에 제기됐던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교육제도, 사법제도 등을 혁신하는 실천적 반성의 과정으로 정치가 제시된다면 같이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비전들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민주당의 창당이 조기에 마무리돼야 할 텐데요. 천 사무총장은 내년 1월 말을 새 출발의 시기로 점찍었습니다. 천 사무총장은 "예전에 비해 정치권 내에서 서로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정당 간의 배타성이 심해졌다"며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도 매우 크다"고 신당 창당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거에 임박하면 유권자들이 현실적인 고민들을 해 주시면서 우리(사민당)가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드리고 정치판을 바꾸는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들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것"이라고 낙관했는데요. 정의당에서 이루지 못한 시민참여 정당을 사민당에서 실천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2년마다 비례 의원, '중간 평가' 실시"
 
천 사무총장은 "사회민주당이라는 이름에는 노회찬이, 노무현이 꿈꿨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꿈이 담겨있다"며 "당원민주주의와 지도부의 적극적 소통에 의해 이뤄지는 시민참여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2년마다 한 번씩 비례 의원들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제시했는데요. 예를들어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 의원이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과반이 넘으면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당원에 의한 제어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비례대표로 내보내는 인물들도 사회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닌 정당 내에서 훈련이 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는데요. "당내 활동을 통해 검증된 사람을 자신 있게 내보이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며 "정치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사회민주당의 여러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천 사무총장은 출마를 비롯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데에는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요. 이미 지난 2015년 정치 활동을 정리한 그는 "체력에도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 구도를 만드는데 사민당이 역할을 하는 것을 평당원으로서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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