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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K금융 전진기지 베트남)⑤"한국 금융사 과거 전략 반복 안 돼"

비엣콤뱅크 관계자, 한국 은행들 지점 영업 한계 지적

2023-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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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허지은 기자) 베트남은 정부 주도의 상업은행이 은행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비엣콤뱅크(Vietcom Bank)를 비롯해 비에틴뱅크(Vietin Bank)·BIDV(베트남투자개발은행)·아그리뱅크(Agri Bank) 등 4대 국유 상업은행은 상당수 민영화를 통해 상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분이 60~95%에 달합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그 중에서도 호찌민 1군에 위치한 비엣콤뱅크 호찌민 본부를 28일 찾았는데요. 베트남 리딩뱅크인 비엣콤뱅크 관계자를 만나 베트남의 금융시장과 현지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의 경쟁력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호찌민 시내에서 바라본 비엣콤뱅크 타워(가운데) 모습. 비엣콤뱅크 타워는 높이 206m에 달하는 40층짜리 고층 건물로, 저층부에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입주해 있고 고층부에 비엣콤뱅크 호찌민 본부가 위치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곳은 사이공강 바로 옆 회전 교차로에 있는 빌딩인데, 큰 길을 건너야 건물을 위아래로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높았습니다. 본부 내 1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가운데 삼엄한 경비가 로비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주시했습니다. 비엣콤뱅크 본부는 남부 지역의 지점으로 나가는 현금을 통합 관리하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취재팀은 비엣콤뱅크 관계자가 신원을 확인한 이후에야 간신히 지점을 둘러보고 촬영을 짧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비엣콤뱅크의 한국 담당 데스크인 이용남 수석(한국 영업담당 이사)은 은행과 한국기업 간의 기관 영업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베트남 금융 시장의 현 상황과 한국 금융사들이 키워야 할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용남 비엣콤뱅크 수석(사진)은 한국 금융사들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베트남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금융 모델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기 힘들 것이라는 따가운 말이 먼너 나왔습니다. 20년전 한국에서 금융사 키웠던 전략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베트남 금융시장을 정확히 진단해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용남 수석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금융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20~30년 가량 후행된 베트남 금융시장에 와서 전략을 반복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이 곳은 1950년과 2023년이 공존하는 곳으로 단순히 금융 후진국이라고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출마진 측면으로도 정부 소유의 베트남 은행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도인데요. 이 수석은 "BIDV나 비엣콤뱅크 대출이자가 3%가량 되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이자율을 제한하면서 올해도 4대 은행 대출이자가 크게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 이자율은 정부 통제를 받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며 "대량 대출이 필요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국 은행보다 베트남 은행을 더욱 선호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베트남 금융시장도 고금리 여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인데요. 무역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비엣콤뱅크 외에 부동산 개발에 집중한 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데요. 일부 은행에서는 불법 대출 사고,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베트남 중앙은행은 신용기관 지배구조 관리, 뱅크런시 조치 및 대응 방안 마련 등에 나선 상황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은행을 통해 소규모 은행에 대한 일종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데요. 지분 취득이나 합작 법인으로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금융사 입장에서도 고려해야할 부분으로 지목됩니다. <(6)편에서 계속>
 
호찌민 비엣콤 뱅크 타워 1층에 위치한 지점 모습. 직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호찌민=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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