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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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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에 무릎…진영외교가 부른 '고립'

2030 부산엑스포 개최 실패…"편 가르기 이념외교 결과"

2023-11-29 16:18

조회수 :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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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9표 대 119표' 오일머니(석유자본)의 벽은 높았습니다.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에 실패했습니다. 민관이 막판 총력전을 벌였지만 '오일머니' 자본력을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참담한 패배였습니다. 결선투표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윤석열정부의 외교기조를 둘러싼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일에 기댄 정부의 진영외교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65개국)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관련 투표에서 부산은 고작 29표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1위는 119표를 얻은 리야드였습니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습니다.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참여국의 3분의 2 이상(111표)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곧바로 최종 개최지로 결정됐습니다.
 
유치 실패 거센 후폭풍"미일 편중외교 한계"
 
당초 한국은 1차 투표에서 리야드가 3분의 2 지지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한 후 2차 투표에서 대역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한국은 '후발자주'로 사우디보다 약 1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자본력에도 밀렸지만, 민관 총력전으로 이변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리야드의 압도적인 득표로 승부는 싱겁게 끝났습니다.
 
예상을 넘어선 참패 탓에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 전략에 맞대응할 만한 조치가 마땅하지 않았다고 해도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의 득표력이 많이 낮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관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 정상 등 총 3472명을 만났고 정부 인사들이 최근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976만8194㎞에 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국의 외교력을 쏟아부었지만 부산을 지지한 국가는 단 '29개국'에 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취약한 외교력이 이번 참패의 원인이 된 것이란 분석입니다. 정부가 다극화하는 국제사회 흐름을 잘못 읽고, 미일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만 밀착하는 편중 외교의 한계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는 겁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편 가르기 이념외교,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한 무능외교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집중한 현재 외교 경향이 안보적으로는 잘못된 방향이 아닐지라도 이런 국제 행사 유치에서는 1국가 1표제의 상황 속에서 불리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9일 새벽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 모인 시민들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모든 것은 저의 부족"1년여 만에 '대국민 사과' 메시지
 
윤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해 10·26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여 만입니다.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어떤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엑스포 개최에 성공한 사우디에도 축하 인사를 전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서 사우디가 2030년에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다시 한번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습니다. 이날 예정된 제3차 국방혁신위원회 회의도 연기됐습니다. 엑스포 참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보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속에서 여당 일각에서는 실패의 원인이 문재인정부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으로 시작했다"며 전임 정부의 늑장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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