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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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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합의 효력정지…무너진 '담대한 구상'

북, 21일 밤 정찰위성 기습 발사…정부, 대북 공중 감시·정찰 복원

2023-11-22 17:03

조회수 : 9,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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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지난 21일 밤 기습적으로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에 실패한 뒤 89일 만입니다.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강력 규탄하며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했습니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완충지대를 설정한 합의 내용 일부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파기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지원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도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전날 밤 10시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다음 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궤도에 진입한 '만리경-1호'의 작동 상태 등을 파악하고 태평양지역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 사진들을 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번 발사 이후 빠른 기간 내에 추가 위성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도발 10시간 만에 맞대응…9·19 정지까지 '일사천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 정찰위성 발사 사실을 포착하자마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임시 국무회의 등을 잇따라 열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임시 국무회의 의결부터 윤석열 대통령 재가까지 걸린 시간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NSC 상임위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제1조 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계기에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선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대한 효력정지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습니다. 제1조 3항은 군사분계선 상공에 전투기·정찰기·헬기·무인기 등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총리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대해 "우리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오후 3시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등의 대응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 당국은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현 정부 출범 후 '북 도발' 50여차례…더 커진 '우발적 군사' 충돌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9월13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이후 약 2개월 만의 무력도발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은 이날까지 총 50여차례입니다.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에 러시아의 기술이 실제 사용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8월24일 실패한 뒤 89일 만에 3차 발사에 성공한 배경에는 무기 지원을 대가로 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향후 위성이 정상작동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배경에 러시아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열정부의 대표적 대북 핵심 정책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도 어그러졌습니다. 담대한 구상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우리의 경제·정치·군사 조치의 동시적, 단계적 이행을 담았지만, 북한이 정찰위성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선 비핵화'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오히려 9·19 합의 효력정지 조치로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감시와 정찰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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