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백아란

alive0203@etomato.com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
"미분양 어쩌나"…건설사, 재고털기 골치

건설사 4곳 중 1곳, 회전율 둔화

2023-11-21 06:00

조회수 : 9,62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가구가 늘어나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재고자산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등 재고가 매출로 인식되는 속도에 하방 경직성이 나타난 까닭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호반건설 제외)의 올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장부가)은 총 6조762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말(6조7932억원)에 견줘 0.5% 감소한 수준입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연합뉴스)
 
건설사 재고자산은 개발이나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사두는 용지를 비롯해 원자재, 가설재와 미분양·미완성 주택 등이 포함됩니다. 장기간 적체된 재고는 운전자본 부담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건설사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에서 지역별 분양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건설사들 프로젝트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고 국내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등 차질도 빚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연내 분양을 계획했던 청담르엘의 경우 내홍으로 분양이 미뤄지는 등 강남 지역만 해도 연초 예상 가구(2500가구)에 비해 10%만 분양 일정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악성 미분양과 같은 분양 시장 냉각이 자리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806가구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513건으로 전월 대비 1.3%, 전년대비 32% 증가한 상황입니다.
 
건설사 역시 전체 재고자산은 소폭 줄었지만 완성주택과 미완성공사 재고는 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고자산별 항목을 보면 현대건설의 전체 재고자산은 811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 감소했는데 주택·건축 부문 완성주택은 3609억원으로 작년 말(1902억원)에 견줘 90%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 완성부동산은 2356억원으로 26.9% 증가했으며 GS건설 완성주택은 353억원으로 올들어 4배 급증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에 반해 주택건축 등 디벨로퍼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읽히는 용지의 경우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크게 늘어나지 않은 모습입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물산의 용지는 2230억원(재무상태표가액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3배 늘었는데 현대건설(-24%), 대우건설(-13%), DL이앤씨(-0.3%) 등의 용지는 줄었습니다. 주택건축 등을 위해 투자하는 용지는 줄어든 반면 팔리지 않은 완성주택은 늘어나는 등 재고자산의 질이 떨어진 셈입니다.
 
기업 활동성 역시 둔화됐습니다. 시평 상위 30대 건설사 중 분기고보서를 공시한 건설사 23곳 중 8곳의 재고자산회전율이 둔화했기 때문입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활동성)를 보여주는데 통상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 속도가 더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 회전율이 떨어진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106.13회), SK에코플랜트(16회), 한화(3.2회), DL건설(32.7회), 계룡건설산업(4.33회), 코오롱글로벌(22회), 서희건설(168.5회), 한신공영(1.93회)로 건설사 3곳 중 1곳에 달합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와 코오롱글로벌, 서희건설, 한신공영의 경우 3년째 회전율이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재고자산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면서도 계정과목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재고자산이 과도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용지나 원재료가 늘어난 것인지) 세부 계정에 따라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면서 “(주택 분양 이후 잔금 들어오는 것에 따라 재고가) 달라질 수 있는데, 재고를 없애려고 분양을 진행할 수 없으니 여러가지 상황으로 살펴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