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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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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기다리는 낭만이 영웅을 만든다

2023-10-31 17:03

조회수 :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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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보도한 기사 "35년 만의 후뢰시맨 팬 미팅, 진심으로 준비했습니다"를 혹시 읽어보셨나요? 그동안 가성비로는 설명 못할, NFT(대체 불가 토큰) 구매의 그럴듯한 이유를 찾고 계시진 않았나요?
 
어릴 적 영웅이었던 후뢰시맨 배우들이 한국 팬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이번 팬 미팅과 굿즈 프로젝트의 공식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쉴 새 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분위기를 타 DVD도 구입하고 OTT 라프텔로 정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컴투스홀딩스에서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한국 출시 35주년 프로젝트' 기획자 이은표 컴투스플랫폼 차장 인터뷰를 마치고 찍은 사진. 기자가 후뢰시맨 변신 구호 '프리즘 플래시'를 외치고 있다. 후뢰시 킹 가면은 최명진 FETV 기자가 만들었다. (사진=컴투스홀딩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악당들은 후뢰시맨(플래시맨)이 변신할 때도, 롤링발칸 조준하고 발사할 때도, 후뢰시 킹(플래시 킹) 변신 합체 할 때도 왜 기다려주는 걸까 하는 의문이 친구들 사이에서 문득 솟구쳐 오르곤 했는데요. 비단 후뢰시맨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영웅물을 보면서도 반복적으로 떠오른 질문입니다.
 
이같은 물음표가 찍힌 빈칸은 으레 '어린이용'이기 때문이라는 정답으로 채워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이 서툰 확신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습니다. 빈칸에 들어갈 정답은 '낭만'이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영웅의 서사는 주인공과 악당이 각자 준비해 온 노력의 결실을 보여줄 때까지 서로 기다려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후뢰시맨과 개조실험제국 메스가 어떻게 싸웠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안 해도 되는 자기 소개와 기술 이름 크게 외치기→변신 후 졸개들과 싸우고 수전사에게 롤링발칸 발사→크라겐이 수전사 거대화→스타콘돌이 탱크 코만도·제트 델타·제트 시커 수송→그걸로 안 싸우고 바로 후뢰시킹으로 합체→거대 수전사와 싸우다 위기에 몰리면 필살기 '슈퍼 코스모 플래시'로 마무리. 이거 다 생략하고 처음부터 후뢰시킹 타고 쓸어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과정을 모두 없애고 '후뢰시킹 무쌍'을 찍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20년 전 메스 제국의 에일리언 헌터에게 납치당했다가 추락 사고로 플래시성인에게 길러지며 메스에 복수를 다짐해온 다섯 전사 이야기에 '극복'의 절실함이 사라지게 됩니다.
 
롤링 발칸 피규어 조명의 견본. 스위치로 발칸의 불 다섯 색깔을 한 번에 켜는 구조다. 컴투스폴랫폼은 실제 제작되는 피규어는 도색의 정확도와 품질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메스의 악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제 라 데우스의 명을 받은 대박사 리 케프렌이 유전자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며 개조 생명체를 만드는 모습이 극복의 대상을 더 높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양측의 구도와 전투 방식을 떠나, 서사도 오류가 아닌 절실함으로 읽어야 합니다. 일례로 후뢰시맨은 20년 전 아이를 납치당한 토키무라 박사를 만났을 때, 친자확인 검사부터 하지 않고 타임머신 만드는 걸 응원했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그리움이 타임머신 개발 시도로 이어지는 건데요. 이는 지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간절한 몸부림과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낭만을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2024년 4월 후뢰시맨 배우 내한 팬미팅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들이 가성비로 따질 수 없는 마음의 빈칸을 채워준 다섯 색깔 크레파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플래시성에서 자란 몸으로는 지구에서 살 수 없어 부모의 생사도 모른 채 떠나야 했던 결말이, '보답 받지 못한 싸움'에 몸 던진 영웅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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