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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태광 이호진, 또 횡령·배임 혐의…‘사면 무색’

2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사면 2개월만에 또 수사 대상

2023-10-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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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또다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횡령·배임 혐의입니다.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만입니다. 지난 8월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결정되자 태광그룹은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위해 사회와 같이 나누고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윤석열정부도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해 12명의 경제인 사면을 결정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 전 회장은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사면 결정도 무색해졌습니다. 
 
경찰, 자택·계열사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사에 속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경찰은 태광CC가 다른 계열사에 대해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5월 경제개혁연대는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과 친족이 100% 소유한 골프장 업체 티시스의 회원권 판매를 위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2015∼2018년 임원의 겸직 위반 혐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경찰은 임원들이 계열사에서 이중으로 급여를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4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중인 태광그룹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호진 과거 ‘황제 보석’ 논란
 
이번 수사로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윤석열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약 두 달 만에 다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습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대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습니다.
 
건강 등을 이유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건강상 이유로 보석 중인데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습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기에 그는 2026년 10월까지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결정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왼쪽)이 간암 등 건강상 이유로 병보석으로 풀려난 중에 서울 마포구 한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KBS가 2018년 10월 단독 보도했다. (사진=KBS 보도 화면 캡처)
 
민주당 “윤석열정부 면죄부 남발하더니”
 
이 전 회장이 또다시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사면 최종 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대통령이 사면권을 이용해 비리 기업인들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더니 결국 더욱 열심히 배임과 횡령을 하라고 풀어준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8.15 특별사면을 받았던 이 회장이 사면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다시 범죄혐의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동훈 장관은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며 “윤 정권은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 임원이라는 논란에도 기어코 이호진 회장을 사면해 줬다. 그 결과가 배임과 횡령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사면심사위원회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태광 이호진 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는지 밝혀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이노공 차관은 지난 1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질의하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에서 회피했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압수수색에 태광그룹 ‘당혹’ 
 
태광그룹의 창립 73주년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갑작스런 압수수색에 그룹 내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혹여나 오너 리스크로 다시 번져 준비하던 미래 사업에 차질이 생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태광그룹은 이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과 신사업 추진 등을 계획했습니다. 
 
아직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았지만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이 투자를 결정하면 그동안 정체됐던 그룹 분위기도 반전될 거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이제 뭔가 좀 해보려 하는데, 이번 압수수색으로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태광그룹 측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방침”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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