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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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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랜드④)상장 추진 7년째 이랜드리테일

임금 부당 착취·증시 상황 악화·코로나19 여파로 IPO '하세월'

2023-10-16 06:00

조회수 : 1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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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이랜드그룹의 유통 축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이 그간 수차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것을 두고 회의적 분석이 제기됩니다.
 
이랜드리테일 IPO 추진 연혁.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랜드리테일은 7년 전부터 IPO 시장을 꾸준히 노크했지만 주식 시장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등 예기치 못한 변수 발생 등을 이유로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여기에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보다 본질적인 기업 구조적 측면의 문제, 경쟁력 및 기업가치 악화 등으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속도를 낼 수 없어, IPO가 영원한 난제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7년간 각종 악재 및 변수에 상장 추진 '지지부진'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은 연결 기준 △2017년 2조638억원 △2018년 2조1510억원 △2019년 2조1123억원 △2020년 1조7562억원 △2021년 1조7425억원 △2022년 1조6161억원으로 성장 폭이 점차 둔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랜드리테일이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말의 일입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듬해 5월 상장 계획을 목표로 세웠지만, 패밀리레스토랑 운영사 이랜드파크에서 아르바이트생 임금 84억원 상당을 부당 착취했다는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 결과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거세지며 상장 일정은 연기됐는데요.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IPO를 추진했을 당시에도 롯데와 신세계 등 백화점의 주가순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몸값이 책정돼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철회했습니다.
 
아울러 중국과의 무역 분쟁 등 시장 상황 악화도 영향을 줬는데요. 당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계약조건에 따라 투자금 6000억원을 돌려주며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떠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2017년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에 대해 재무사정이 악화됐다며 회사채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또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이랜드월드. (사진=이랜드)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주력사인 중국 법인 등이 영위하는 패션사업 실적 부진 지속 △구조조정 성과에도 계열 전반의 차입금 및 단기상환 부담의 과중 △이랜드파크에 대한 잠재적 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이랜드월드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랜드그룹은 2017년 4월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2018년 상반기로 연기하는 대신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기반으로 대규모 외부자금을 유치해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상환하고 계열지배구조를 변경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랜드월드는 2018년에도 기존 상장 계획을 이듬해 상반기로 연기했고, 2019년 3월 재차 상장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당시 이랜드 측은 주식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0년에는 패션 산업이 타격을 받자 상황이 악화하며 상장은 다시금 잠정 중단됐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연결기준 총매출이 2019년 대비 20.9%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16억원에 그쳤던 시기로,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수익성 자체가 크게 저하됐습니다.
 
2021년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통 대기업의 아울렛 사업 확대 및 온라인 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랜드리테일은 2021년 1분기 들어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2020년 1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개선됐다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견줘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표 교체 카드까지 꺼냈지만, 상장은 '하세월'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랜드몰'과 '키디키디'를 이랜드월드 온라인 비즈니스 부문으로 이관하고 대표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이랜드파크 대표로 재임하던 윤성대 대표가 새롭게 발탁돼 안영훈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이랜드리테일을 지휘했는데요.
 
아울러 같은 해 이랜드리테일은 하이퍼 마켓 사업 부문, 패션 브랜드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 분할한 분할 신설회사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의 법인을 새롭게 설립했습니다. 또 분할존속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은 부동산 개발과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중간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게 됐는데요.
 
이는 이랜드그룹이 물적 분할을 통한 사업 구조의 명확한 배분으로 고유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IPO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이렇게 IPO를 위한 멍석이 깔렸음에도, 이후 이랜드리테일의 IPO 추진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작년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물적분할 체제로 출범했다. 수익성 확보와 외부 확장 등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IPO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이랜드리테일 측은 공식적으로 IPO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인데요, 올해까지 7년째 상장을 추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엔 다소 어폐가 있는 것이 사실이죠.
 
업계는 이랜드리테일이 IPO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기업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인 까닭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낮고 공모가격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IPO를 못하고 있다"며 "그간 시장에서 주가가 별로 좋지 않다보니 발행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못할 시 IPO가 성공하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발행가격을 높이는 게 상당히 부담 요소가 된다는 지적입니다. 주관사들은 발행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수요 조사에서도 발행 가격이 높지 않다면 기업 입장에선 가격을 높일 수 없단 겁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모주 청약이 미달되면 주관사가 떠안게 되고 1년 동안 팔지 못한다. 주관사 입장에선 굉장히 큰 자금 부담이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자금을 모집해야 새로운 사업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모주 미달 또는 경쟁률이 약해지면 공모가에 문제가 생기고 주관사의 부담 등이 작동하다보니 주관사나 거래소에서 기준을 엄격하게 본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IPO를 철회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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