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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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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유통가 인사태풍)①엔데믹에도 실적 '뚝'…쇄신 나선 신세계

신세계, 상반기 매출액 3조1천억원…전년대비 13.84% 감소

2023-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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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4: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통가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신흥 유통강자인 쿠팡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16억3841만달러(한화 약 15조원)를 기록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격차를 좁혔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상반기 총 매출액 17조5458억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트·롯데·쿠팡으로 이어지던 업계 순위가 쿠팡·이마트·롯데 순으로 변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위기를 느낀 오프라인 강자들이 대대적인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빨라진 인사 시계다. <IB토마토>는 유통가에 부는 인사태풍과 그에 따른 유통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세계가 평소보다 한 달이나 이른 인사를 발표했다. 대표이사의 40%를 바꾸는 파격적 인사다. 이번 인사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가 물러나면서, 시장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대한 경질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은 전략·재무통으로 불리는 올드맨들의 귀환이다. 그룹 전략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임원들이 주요 브랜드 대표를 맡으면서 내실 다지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사진=신세계)
 
2세 경영 3년 차…엔데믹에도 거꾸로 가는 실적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004170)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139480)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신세계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지분 8.22%를 각각 상속 받은 이후 본격적인 2세 경영 수순을 밟았다. 현재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율 28.56%, 정 사장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남매 경영이 본격화된 지 2년 만에 신세계 실적은 되려 거꾸로 가고 있다. 정유경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3조139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3조6436억원) 대비 13.84% 줄었다. 영업이익은 3510억원에서 3020억원으로 13.96% 감소했다.
 
앞서 매출액의 경우 2020년 4조7693억원, 2021년 6조3164억원, 2022년 7조8128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역시 2020년 885억원에서 2022년 645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비교하면 엔데믹(코로나19 풍토병화)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은 되려 줄어든 상황이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의 경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0년 22조330억원, 2021년 24조9327억원, 2022년 29조3324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외형 성장세와는 달리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94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여전히 SSG닷컴·G마켓 등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SSG닷컴은 662억원, G마켓은 37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이마트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5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3168억원)대비 반 토막이 난 바 있다.
 
지난 2021년 4조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정 부회장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21년 스타벅스 지분 인수에 5000억원, 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에는 쉐이퍼 빈야드 와이너리 인수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무형자산의 취득으로 인한 손실액 등이 늘어나면서 이마트의 올 상반기 투자활동 순현금 유출은 45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기 3696억원이 순유출된 것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에 최근 이마트는 신세계유니버스를 내놨지만, G마켓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6536억원) 대비 5956억원으로 8.9% 역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액은 4.7%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요 오프라인 매장인 이마트24·에브리데이·신세계 프라퍼티의 평균 매출액 성장률도 3.2%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 성장률을 밑돌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다양한 유통기업이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이나 옴니채널 도입 등에 나섰지만 성과를 낸 곳은 많지 않다"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결국 별도의 채널인 만큼 각자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SSG닷컴이나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반드시 신세계백화점에서 쇼핑할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 40% 교체…실적 악화에 경영 능력 '도마위'
 
상황이 이러하자 신세계는 매년 10월 이뤄지던 임원 인사를 9월로 앞당겨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 쇄신에 나섰다. 이를 통해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회사의 경쟁력 전반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포부다.
 
신세계 대표이사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내정됐다.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한다.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내정됐다. 이로써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모두 통솔하는 원(One) 대표체제가 구축됐다. 이외에도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L&B 대표를,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각 계열사를 한 데 모은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를,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컨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해 내정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에는 이주철 지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특히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난 것에 이목이 쏠린다.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인크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 출신으로 대표로 내정되기 이전부터 10여 년간 이마트에 컨설팅과 협업을 해 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 영입해왔으나, G마켓 등 투자 건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대표를 대신해 이마트 대표이사에 내정된 한 대표는 2009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관리담당 상무보, 2015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보, 2018년 신세계그룹 전략실 관리총괄 부장을 담당하던 전략·재무통이다. 이후 2019년부터 최근까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2020년 706억 규모의 영업손실을 개선해 지난해 영업이익 22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 역시 1991년 신세계 경영기획실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이마트를 거치며 경영지원 업무를 해왔다. 2016년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이사를 맡아 당시 연결기준 매출액 2276억원 규모의 기업을 지난해 매출액 3240억원으로 키웠다. 한 대표와 박 대표 모두 그룹 전략실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Cluster)를 신설하고,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편제시켜 보다 더 강력한 시너지와 실행력, 신성과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CEO는 항상 비전과 성과에 대해서 늘 점검받고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신세계그룹은 현재 시점에서 그룹 경쟁력을 전체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표 교체 역시 이러한 기조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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