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지유

emailgpt12@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흔들리는 이랜드③)"저가 브랜드 이미지 고착"…정상 정복 요원

'저렴한 매물' 인수 주체로 시세 확장…부채 누적 등 '부작용 속출'

2023-10-13 06:00

조회수 : 18,61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이랜드그룹의 대표적 고민거리는 고착화된 '저가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이랜드그룹은 그간 저렴한 매물의 인수 주체로 등장하며 사세를 확장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인수 비용 투입, 부채 누적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여기에 이들 계열사들은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부재로 브랜드 경쟁력을 잃으며 최근 잇따른 폐점 행렬을 보이는 실정입니다.
 
업계는 이랜드월드가 이 같은 저가 브랜드 포지션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변화되는 유통 소비자들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업계 정상 정복은 요원할 것이라 지적합니다.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1980년에 설립된 이랜드그룹은 창업주 박성수 회장이 이랜드라는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패션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인수합병(M&A)을 통해 패션과 유통 등에 진출했습니다.
 
주먹구구식 인수합병으로 '부채 누적' 등 부작용 유발
 
 
이랜드그룹의 인수 역사는 박성수 회장이 M&A에 점차 눈을 뜨기 시작한 1996년 설악산 켄싱턴호텔 인수가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M&A가 한창이던 2004년에는 뉴코아(현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 2006년 하일라콘도와 한국까르푸, 2009년 한국콘도, 2010년 동아백화점과 씨앤우방랜드를 잇따라 인수했습니다. 이후 2011년 이랜드그룹은 200억원을 들여 엘칸토를 인수했고, 같은 해 5월 광주밀리오레 인수 비용에 200억원을 들이며 시장에서 저렴한 매물의 인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제는 이랜드가 이 같은 연이은 인수전 참여에 집중했지만, 계열사들의 대표 킬러 콘텐츠 발굴에는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수요층이 다변화하고 고급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강화되는 등 유통 업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면서, 저가 매물 인수합병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실정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망해가는 기업들을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수합병한 결과, 점차 차입금 증가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재무건전성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수합병에 따른 반작용으로 자산 매각도 꾸준히 이뤄졌는데요. 실제로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3년 부채비율이 400%에 육박하자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왔습니다. 2016년 M&A를 중단하면서 △2017년 티니위니 8700억원·모던하우스 7100억원 △2018년 제주 켄싱턴호텔 1300억원 △2019년 케이스위스 3000억원 등 매각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했는데요.
 
그럼에도 실적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그룹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의 매출은 △2017년 6조5505억원 △2018년 6조1367억원 △2019년 5조9511억원 △2020년 4조6314억원 △2021년 4조8604억원으로 꾸준히 하향 흐름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5조328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4~5년 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랜드 CI. (자료=이랜드그룹)
 
적자가 지속되며 지난해에는 차입금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총 차입금이 2조717억원 이상으로 책정되면서 이랜드그룹이 1년 내 갚아야 할 빚이 약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매출액도 감소하고 차입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월드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좀비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안게 된 상황인데요.
 
이랜드월드의 이자보상배율은 2020년부터 1미만으로 나타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2020년에는 이자보상배율이 -0.5, 2021년에는 0.6, 2022년에는 0.7,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이자보상배율은 0.8에 그쳤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부실기업으로 판명됩니다.
 
이랜드 측은 "단순 이자비용으로 했을시 1이 넘지만, 환율 등에 의해 수시 변동되는 금융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어 1이하로 나타나는 오류가 있다"면서 "'우리가 번돈으로 이자를 다 갚을 수 있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런 수준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뜩이나 빚이 많은 기업인데 과도한 인수합병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그룹 이미지도 실추되는 실정입니다. 지난해에는 이랜드 일부 계열사들이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간 변칙적인 자금지원으로 공정거래 질서 위법행위로 벌금을 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가 각각 공정위로부터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 및 인력을 지원한 혐의로 40억원의 과징금을 물었습니다. 차입금 중심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2010년부터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2014~2017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입니다.  
 
이로 인해 2016년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가 소유한 부동산 2곳을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명목으로 이사회 의결 없이 560억원을 월드에 빌려줬는데, 2017년 리테일이 부동산 계약을 해지하며 계약금을 돌려받아 181일 동안 560억원을 무상으로 빌리게 돼 변칙적인 자금행위가 발각됐습니다.
 
공정위 측은 "이랜드리테일이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이랜드월드에게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매각 실패·계열사 폐점 잇따라 속출하면서 '신음'
 
2020년 상반기 이랜드그룹은 실적악화로 △송도 NC커넬워크 △대구 동아아울렛 본점 △2001아울렛 수원남문점 등 3개점과 일부 문화 센터를 폐점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던 뉴코아아울렛 안산점과 모란점도 나란히 11~12월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모두 지역 노른자위에 위치한 점포들입니다.
 
계열사들의 잇따른 폐점도 꼬리를 물었습니다. 올해들어서는 NC백화점 이천점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식품 전문 할인점인 이랜드킴스클럽도 저조한 실적으로 NC백화점 청주점·구미점·광주역점·순천점 킴스클럽 매장 폐점을 통보하면서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계열사들은 문을 닫았고 갚아야 할 빚은 산더미로 불어난 현실에서 이랜드그룹은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수요자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2021년 재무리스크 위기로 인해 미쏘와 클라비스, 더블유나인 등 여성복 사업부를 팔기로 하고 삼성증권을 재무 자문사로 선정해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지만, 수요자가 없자 매각을 선언한지 4개월 만에 이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중국 시장 진출나섰지만 '허위 홍보' 적발
 
국내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중국에 법인을 두고 현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중국 시장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사진=중국 Finance.china 뉴스보도 캡처)
 
하지만 중국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스파오 제품에 대한 성분 미준수로 벌금까지 부과받았는데요. 당시 스파오에서 판매 중인 모직 코트 원단과 안감 성분에 100% 폴리에스터가 포함되어 있다고 허위 홍보한 혐의로 상하이시 시장규제국으로부터 2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최근 중국 내 커뮤니티에서 스파오 제품을 구매한 중국 고객들의 품질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실제로 중국 내 여러 판매사이트와 '바이두(baidu)'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파오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의 게시글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이랜드 관계자는 "2022년 총 2건의 범칙금 부과받은 바 있지만, 그 이후로는 일단위로 모니터링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동안은 외형 매출을 키우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갔으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포트폴리오 정리와 수익 중심의 재무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매출보다는 수익 중심으로 비즈니스 운영하는 구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 이지유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