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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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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에도…유인촌 끝까지 '모르쇠'

문체위 인사청문회…야 "백서에 이름이 104번 언급" 맹공

2023-10-05 17:05

조회수 :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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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감시대상명단)' 작성 의혹을 거듭 부인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해당 문건을 들어 보이며 관여한 사실이 없는지를 재차 추궁했지만 유 후보자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블랙리스트' 였습니다. 
 
앞서 2017년 공개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문건 등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당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등의 문건이 작성됐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유 후보자의 이름은 104번 언급이 됐다고 합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4번 거론된 나는 왜 구속 안됐나" 결백 호소
 
청문회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블랙리스트 공세에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는 실재하지도 않았고, 그런 말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권력) 문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로 찾아와 뭘 주고 간 사실도 없다고 재차 확인했는데요. 자신의 이름이 104번 거론됐다는 백서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다"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구 의견이 이렇더라 등 일방적으로 기록된 부분이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정부 때 장관 두 명과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 등이 구속되고 징계를 받았다"며 "104번이나 언급한 나는 왜 구속을 안 했는지 궁금하다"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당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사과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의에도 유 후보자는 "충분히 의견을 들을 자세를 갖고 있다. 그분들의 마음도 잘 어루만지겠다"고만 언급하며 즉답을 회피했습니다. 
 
"뻔뻔하다" 일침에 "내 얘기도 하자면" 격앙
 
이처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유 후보자가 단호히 선을 그었음에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후보자는) 장관 재직 당시 좌파 찍어내기를 성실히 했다", "문서로 남아있는데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있었는데도 없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혼자서만 모른다고 하는 것은 뻔뻔하다. 당시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가혹한 상황" 등의 발언으로 유 후보자를 질타했습니다. 
 
이에 "미래로 나아가는 질의를 해주면 감사하겠다"며 시종일관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던 유 후보자도 "이런 일은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말하면 놀랄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문화예술인이 아니라 문화 행동가들"이라며 "실제로 지지한다고 발표한 많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예술가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재조사 의향에 "노무현·문재인정부까지"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재조사를 요구한다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는 "이왕 재조사를 할 거라면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노무현·문재인정부 모두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현장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보기 드문 적임자"임을 부각하는 동시에 그를 변호하기에도 바빴습니다. 이날 청문회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증여세 탈세·아빠찬스 의혹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유 후보자가 "모든 납세 자료나 부동산 관련 자료는 충분히 제출했다"며 "자녀들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고지를 거부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자녀들과 독립 생계를 유지한 것이 몇 년이나 됐느냐"며 유 후보자의 발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질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배우 활동을 하는 유 후보자 장남의 연극 무대 경력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은 "아버지가 장관이라는 이유로 부담스러워 아들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더라"라며 유 후보자를 두둔했습니다. 
 
이재명 거론에 청문회 일시 중단
 
한편,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이날 청문회는 블랙리스트 관련 공방이 거듭되면서 일순간 소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조차 받은 사실이 없음을 강조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소환했기 때문인데요. 김 의원이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기소까지 된 이 대표에게는 왜 물러나라고 안 하는 것인가"라고 저격을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고성으로 항의를 표했습니다. 김 의원 역시 "말 좀 가려서 하라"고 맞대응에 나서자 홍익표 문체위 위원장은 급히 정회를 선언했습니다. 청문회는 한 시간 후 속개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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