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신상민

blame777@nate.com@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인터뷰)김지운감독 "영화 자존심 지켰다"

2023-10-02 15:44

조회수 : 3,18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영화 '거미집'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촬영이 끝난 영화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매칠 째 꾸자 재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보면서 초기 영화들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에 '조용한 가족'이 새로운 영화였다. '거미집'보다도 '조용하 가족' 25년 전 당시 더 파격적이고 새로웠다. 당시 흥행 영화에서 리스크로 가지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이 '조용한 가족'에 다 있었다. 보통 원탑, 투탑 영화가 주류인 시대에 가족이 주인공이라 멀티 캐스팅이었다. 한마디로 흥행에 저해 되는 요소를 다 갖춘 영화였다"고 했습니다.
 
김감독은 그런 면에서 오히려 25년전보다 퇴보가 된 느낌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평론, 언론의 막강한 힘이 다시 회복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서로 혹평을 하기도 하고 싸우면서 서로 치고 받으면서 에너지가 생기고 동반 성장해 활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화가 좋아지려면 평론의 힘도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영화만 잘 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고 받는 게 있어야 같이 상승이 된다는 걸 최근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감독은 코로나19라는 시기를 겪으면서 영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위축됐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것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 영화라는 게 현실에 가장 밀접한 형태다. 그만큼 강력한 매체였다. 그런데 이렇게 덧없이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을 했다. 그런데 동시대적으로 전세계 모든 영화감독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두들 영화의 위기를 느끼고 영화가 무엇인지 재 정의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런 시기에 '거미집'을 만났다. 이러한 질문, 상념을 '거미집'에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감독은 처음 영화를 사랑하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사랑해서 하지만 어느 순간 환멸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김감독 역시 영화에 대한 사랑의 온도가 차가워 지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순간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거미집'이 그런 순간 다시 사랑이 회복되는 게기가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특히 김감독은 VIP 시사 이후 뒤풀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감독이 자신에게 영화를 너무 좋게 봐서 그 기운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러 갔다는 이야기를 했던 말이 너무나 극찬으로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거미집'이 투자가 되지 않아서 OTT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고 언급한 김감독은 "그래도 영화 이야기인데 OTT로 가는 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김열 감독처럼 만들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거미집' 김지운 감독.(사진=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는 '거미집'에서 화재 장면을 찍는 김열 감독의 모습에서 김지운 감독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과거 '놈놈놈' 촬영장에서 김지운 감독이 보여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김감독은 "폭발 장면이 크게 나와야 돼서 폭발물 재료를 더 넣었다. 폭발이 일어난 뒤 불씨가 옆 세트에 옮겨 붙었다. '' 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화재 진압을 위해 옆 세트로 뛰는 중에 나만 반대로 뛰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마저 뒤로 넘어갈 만큼 큰 폭발 장면이었는데 '잘 찍혔어?'라고 물었다. 그 정도로 순간적 광기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또한 김열 감독이 모든 촬영이 끝난 뒤 촬영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이 클로즈업됩니다. 또한 영화 시사 이후 묘한 표정의 김열 감독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기도 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김열이라면 여태까지 찍기 위해서 고군분투 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을 것이다. 송강호에게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묘한 표정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변 사람에게는 영화가 성공하는 느낌을 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이 보여주는 성공과 달리 김열 감독은 가장 냉담한 상태로, 고독한 존재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거미집'에는 '플랑세캉스'라는 용어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김열 감독은 바뀐 결말을 '플랑세캉스'(롱테이크)로 찍고자 합니다. 김감독은 "나도 김열처럼 현장에서 왜 나만 이렇게 애를 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장면을 위해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순간 감동을 느끼면서 영화는 협동 예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했습니다.
 
김감독은 김열이 계속 자기 믿음과 불신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열 감독의 스승인 신감독과 만나는 장면과 세트 뒤에서 호세(오정세 분)를 만날 때 장면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김감독은 "신감독은 김열이 이상적인 지점의 자기 모습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방해가 심하다고 하기도 하고 능력이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오락가락한다. 호세를 세트 뒤에서 만날 때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라는 세계는 결국 스탠드글라스를 통과하고 나면 앙상하고 허술한 세계를 만드는 세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감독은 "메가톤급 에너지를 쏟아서 관객들에게 깃털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 숙명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감독은 평상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최악의 순간이 와도 쿨한 태도로 유머감각을 잃지 말자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영화 현장만 가면 때로는 비탄하고 자학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마치 날개가 쏟은 것처럼 하늘 위에서 완벽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김감독은 "김열을 통해 나에게 힘을 잃지 말고 너만이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관객이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 신상민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