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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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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머그샷이 온다

2023-09-19 06:00

조회수 :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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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번이나 기소된 미국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범인식별사진)이 공개되면서 역대 최초로 머그샷을 찍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습니다. 미국 조지아주의 풀턴 카운티 구치소가 트럼프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없이 일괄적으로 머그샷 촬영을 강행케 했기 때문이죠.
 
머그샷의 머그’(mug)얼굴’(face)의 비속어입니다. 머그샷은 신원 확인용으로 범죄자의 얼굴을 찍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 역사에는 각종 범죄에 연루돼 머그샷을 찍은 유명인들이 많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이유로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기 때문이죠. 타이거 우즈나, 빌 게이츠, 마이클 잭슨 등 유명인들의 머그샷도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최근 서울 관악로 등산로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최윤종의 머그샷이 지난달 말 공개된 바 있죠. 놀랍게도 한국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것은 최윤종과 2021'송파구 일가족 살인 사건' 피의자 이석준. 2건뿐입니다. 한국에서는 심의를 통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신상 공개 제도가 도입됐는데 13년간 2건이 끝입니다. 이는 머그샷 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동의가 필수기 때문인데요.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조선,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은 머그샷 공개를 거부했죠.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증명사진이 머그샷을 대체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은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피의사실공표죄 처벌 조항을 두고 있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강력범이라 할지라도 개인 명예와 인권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합니다. 미국은 경찰에 체포될 경우 머그샷을 촬영해 보관하도록 규정하는 주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피의자가 머그샷 촬영을 거부할 권리는 부여되지 않아 비교적 제약없이 머그샷이 공개 가능합니다. 트럼프처럼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머그샷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국회 법사위가 신상정보 공개대상 범죄 범위를 확대하고, 머그샷을 공개토록 하는 법률 제정안을 심사키로 했는데요.  다만 정쟁 이슈로 오늘 열리기로 했던 법사위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점은 미뤄지게 됐는데요. 법사위 통과에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머그샷을 강제토록 한 점은 과거보다 한발짝 나아갔다는데 의미를 둬야겠죠.
 
하지만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만 머그샷을 공개할 수 있는데, 피의자가 결정에 불복할 수 있도록 5일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입니다. 피의자가 신상공개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을 할 수 있는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요. 피의자 구속 시 경찰이 수사하는 기간은 최대 10일, 신상공개위원회가 통상 수사 개시 6~7일 차에 열리는 만큼 유예기간을 채우면 검찰로 피의자가 넘겨진 뒤에야 신상이 공개돼 실효성이 낮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취재중 한 교수님의 말씀이 유독 기억이 나는데요. 우리나라는 '피의자 인권과잉' 이라고 소리높여 말씀하시더군요. 미국의 경우 대통령까지 일관되고 공평하게 범죄사건에 대해 시민들이 당연히 공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논리로 공개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셨는데요. 한국의 머그샷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김하늬 콘텐츠·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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