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위기 신호가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권위에도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은 등소평의 유훈인 도광양회 유소작위(韜光養晦 有所作爲)’, 즉 “칼을 칼집에 넣어 검광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조용히 실력을 기르고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에만 나서라”는 유훈을 어겨가며 중국 중심의 신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대국굴기(大國?起)를 추구하다 주변 국가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18일(월) 토마토Pick에서는 시진핑의 실책이 중국 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정리했습니다.
제국을 꿈꾸는 시진핑
흔들리는 리더십
시진핑은 집권초기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뜻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강조했습니다. 중국몽은 국가 부강, 민족 진흥, 인민 행복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포함하는데요. 정부는 창당 100년을 맞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고,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때문에 시진핑은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외부적으로는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죠.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공산당 통치를 받아들이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암묵의 약속 때문이었는데요.☞관련기사 문제는 시진핑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관련기사
심각한 중국 경제 상황
위기 맞은 중국몽
시진핑의 리더십에 금이 간 가장 큰 원인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는 자국 경제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관측되면서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이어진 건데요.
-경기 침체 : 2010년대 중국은 연평균 7%대 고성장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펜데믹 기간에는 2%대, 지난해 3%대 성장률에 그치며 침체 양상을 보였죠. 올해 2분기에는 0.8%까지 떨어졌습니다. 또한 올해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관련기사
-부동산 시장 붕괴 : 경기 침체는 곧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부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를 주축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면서 중국은 10%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기록했죠. 다만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부채 비율은 20년 만에 89.5%(2000년)에서 162.7%(2020년)로 급상승했습니다. 또한 2020년 8월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입주가 늦춰지는 아파트가 속출하며 부동산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관련기사
-경기부양 조치 실패 및 소비위축 : 경제 위기가 도래하자 시진핑은 경기 부양 조치로 기준금리 인하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중앙은행의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치며 시장에 큰 실망을 안겼고,☞관련기사 중국 내 투자와 소비도 위축됐는데요. 중국의 올해 7월 은행 신규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89% 줄었으며 소비 심리를 반영하는 종합 물가 수준 지표인 ‘GDP(국내총생산)디플레이터’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습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1998년과 2008년, 단 두 차례뿐입니다.☞관련기사
과도한 규제 정책과 권위주의
중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시진핑이 그동안 고수해온 규제 정책과 권위주의가 중국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당 장악력 강화를 위해 민간 부문 규제와 압력을 높인 결과, 전방위적인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인데요. 시진핑은 부동산 규제 외에도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공개 행사에서 당국 규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설화 사건’을 계기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후 중국의 수많은 빅테크 기업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죠.☞관련기사 지난 펜데믹 때는 자국 기술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2040년까지 미국 경제 역전못해"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오는 2035년까지 미국 GDP의 두 배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는데요. 2021년 중국 GDP가 미국의 80%까지 추격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하지만 지난 6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라 중국 명목 GDP를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시기는 2040년대 중반으로 전망했습니다. BE는 이어 "중국이 예상보다 일찍 성장 둔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심화와 중국 당국의 경제관리에 대한 신뢰 저하 속에 위드코로나 경기 반등이 힘을 잃었으며, 신뢰 저하가 굳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을 계속 낮출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
원로들,비판에 발끈한 시진핑
"덩사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책임"
이런 상황에서 중국 원로 그룹은 지난달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당 지도부에 전달할 의견을 모았습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주요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중국 원로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을 포함한 중국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과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체제를 거쳐오는 동안 거쳐오는 동안 축적된 부정적 유산"이라며 "10년이나 노력했지만,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데 이게 내 탓인가"라고 격분했습니다. 전형적인 남탓을 시전했습니다.☞관련기사 러시아의 푸틴이 당면한 러시아의 문제를 개혁과 개방정책을 펼친 고르바초프에게 전가한 행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푸틴과 시진핑은 공히 과거의 독재자였던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더 높이 평가하며 이들과 비슷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해외 자본들 줄줄이 '엑소더스'
'독재형 리더십' 시험대
고성장을 기록하던 200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서방의 평가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였습니다. 이는 등소평 이후 추진했던 개혁과 개방정책의 효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 투자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제3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도 아시아 시장으로 이탈하는 움직임이 뚜렷한 상황입니다.☞관련기사 물론 중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시진핑의 권력이 당장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국민들의 믿음과 충성심에 균열이 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향후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면 어떠한 저항의 형태로 표출될지는 모를 일인데요. 이 경우 시진핑은 과거 그 어느 전임자들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할겁니다.☞관련기사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 체제를 통해 중국 경제는 번영의 길로 들어섰고, 시진핑은 일대일로를 통해 제국의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번 연임의 전통을 끊고 3연임을 통해 사실상 종신 독재체제를 구축한 시진핑의 독재형 리더십은 중국의 분열을 가져오는 결과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시진핑의 리더십은 '시진핑 사상 교육 강화'라는 선전선동으로 방어하는 형국입니다. 시진핑의 운명은, 그리고 중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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