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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자본금 비중↓"…건설사 순위 변동폭 커진다

시평 개선 담은 건산법 개정안 내년부터 적용

2023-09-08 06:00

조회수 : 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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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앞으로 부실시공과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건설사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됩니다. 최근 들어 철근 누락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경영평가액 비중을 줄이고, 중대재해와 같은 안전 부문에 가중치를 두는 방향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손질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이 대폭 바뀌는 것은 2014년 이후 약 9년 만으로,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상 유죄를 받을 경우 최근 3년간 연평균 공사 실적액의 10%이 깎이면서 건설사 시공 역량과 위치를 보여주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7일 국토교통부는 안전·품질 평가항목 확대와 경영평가액 조정 등을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1일부터 40일 간 입법예고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은 공사 발주자가 입찰제한을 하거나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도급하한제 등에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한해 성적표로도 불립니다. 더욱이 주요 건설사 간에는 평가액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건설사 판도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실제 올해 시평 3위로 올라선 대우건설과 4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엔지니어링의 평가액은 각각 9조7683억원, 9조7360억원으로 격차가 300억원에 불과하며, 5위인 GS건설(9조5901억원)과 6위로 내려간 DL이앤씨(9조5496억원)의 평가액 격차도 406억원 수준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에는 부실시공 문제나 사고 하나로 건설사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역시 신인도 평가 부문입니다. 하자와 같은 안전 요인이 중요해지면서 안전 관련 평가항목을 새롭게 도입한데다 신인도평가의 상하한 또한 현행 실적평가액의 기존 ±30%에서 ±50%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와 ESG 경영 중요성 등을 고려해 품질·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 간 점수 격차를 벌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부실벌점·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 등 평가항목의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공평가 △안전관리수준 △중대재해 등 평가 세부 항목을 추가합니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았을 경우 공사실적액의 4%를 감점하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10%를 감점할 예정입니다.
 
사망사고만인율 감점 폭은 현행 3~5%에서 5~9%로 확대하며 소음·진동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환경법을 위반했을 때는 4% 감점이 들어갑니다.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받는 이른바 벌떼입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감점 수준을 9%까지 확대하고 불법행위 신고포상에 대한 가점도 신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회생·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에 대한 감점 비율은 5%에서 30%로 늘렸습니다.
 
반면 경영평가액 상하한은 실적평가액의 3배에서 2.5배로 내렸습니다. 과도한 경영평가액에 대한 조정요구를 반영한 조치입니다. 단 경영평가액 가중치는 현재와 같이 80%를 유지합니다. 기존에는 공사 실적이나 신인도보다 경영과 신기술지정 등이 더 크게 작용했는데 신인도평가에 하자, 안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근절 노력 등의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가중치가 바뀐 것입니다.
 
시공능력평가 제도 개선방안.(표=국토부)
 
이에 따라 최근 10년 간 시평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위상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시평을 보면 삼성물산의 경영평가액은 11조9415억원으로 현대건설(5조8562억원)의 2배에 달하는 반면 기술능력평가액(1조9119억원)과 신인도평가액(1조4091억원)으로 삼성물산(1조4435억원, 1조1504억원)을 상회하고 있어섭니다.
 
올해 기준 공사실적평가액(20~22년 가중평균)은 삼성물산이 6조194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기술능력평가액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1조5970억원)이 1~2위며 신인도 평가액은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1조4822억원, 1조4090억원, GS건설이 1조3430억원 순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중대재해 등 안전 요인이 중요해지면서 주차장 붕괴와 같은 부실시공 문제나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시평에도 악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GS건설은 국토부가 최대 10개월의 영업정지 철퇴를 추진 중이며 DL이앤씨는 사망사고 최다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는 점에서 시평 상위권 순위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건설현장의 안전·품질 및 불법행위에 대한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방지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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