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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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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카카오 '불통의 역사')④다음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카카오, 다음CIC 설립…"매각·분리 위한 조치 아냐"

2023-09-01 06:00

조회수 : 17,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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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계륵'. 지난 5월 카카로오부터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된 다음CIC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카카오 측은 "분사나 매각을 염두해 둔 조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언제든 떼어 내기 쉽도록 조직 체제를 정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입니다. 
 
카카오와 다음의 만남은 지난 2014년 10월 이뤄졌습니다. 1995년 설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2006년 창립한 카카오가 합병을 하면서인데요. 다음이 존속법인, 카카오가 소멸법인 형태로 합병이 추진돼 '다음카카오'라는 이름의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모양새는 다음이 카카오를 품은 형국이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습니다. 당시 다음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웅 창업자는 합병 후 5대 주주로 물러난 반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22%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섰죠. 이 때문에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상장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외에 사내문화나 주요 보직자 모두 카카오가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합병 후 '다음 지우기' 돌입
 
이후 카카오는 점진적으로 다음 색채를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지도·다음클라우드·팟인코더·다음뮤직·다음tv팟 등을 카카오 브랜드의 서비스들로 대체했고, 합병 이듬해인 2015년에는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미디어 다음의 '만화속세상'으로 출발해 웹툰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다음웹툰'을 '카카오웹툰'으로 재론칭했습니다. 출범 20주년을 앞두고 단행한 리뉴얼에 이용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는 다음 이메일의 '다음 아이디' 로그인을 중단했습니다. 카카오 계정과 통합로그인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죠. 현재 '다음'이라는 브랜드로 남아있는 서비스는 다음 포털, 다음 메일, 다음 카페 정도입니다. 
 
카카오는 '다음웹툰' 20주년을 앞두고 '카카오웹툰'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다. (사진=카카오)
 
다음CIC의 활동을 두고 카카오 안팎의 인사들은 "신규 서비스 론칭보다는 기존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에만 신경 쓰고 있는 정도"라고 평가합니다.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한 CIC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 본사의 통제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요. 실무 운영진들의 의견보다는 홍은택 대표의 의중을 살피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는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다음과 카카오 출신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이 계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부진한 매출입니다. 검색 포털의 경우 디스플레이 매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검색 점유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트래픽이 크게 나오지 않고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용자 트래픽을 발생시키려면 최소한의 콘텐츠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광고 효율이 높지 않은 뉴스, 브런치 등 텍스트 콘텐츠에는 최근 몇 년간 투자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일례로, 총선이 있는 내년의 경우 포털의 트래픽이 대폭 늘고 광고 시장도 크게 열리는 시기이지만, 이를 위한 준비는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스포츠 중계권 등 이용자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검색엔진으로 구글이나 네이버와 정면 경쟁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품질만 유지하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합니다. 
 
카카오 제주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검색 떼내고 '카톡' 올인
 
결국 이는 카카오가 앞으로의 사업 전개 방향을 '카카오톡' 중심으로 확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다음CIC는 카카오에게 검색 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라며 "합병 당시에는 꼭 필요한 서비스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비용만 늘리는 사업이 된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카카오가 신사업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전략에서도 네이버와 대비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한 네이버가 B2B 중심으로 사업의 큰 방향을 설정했다면, 카카오는 B2C로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인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카카오가 챗GPT 등에 대응할 만한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는 무리"라며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다시 한 번 형성하는 일환으로 AI 서비스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카카오는 다음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내더라도 다음의 정체성과 같았던 제주 본사는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력들이 판교의 수도권 통합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제주 기업으로서 지녔던 상징성을 잃을 수 있는데다, 제주에 본사를 두면서 누렸던 세제 혜택들을 반납해야 하는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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