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진양

jinyangkim@etomato.com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카카오 '불통의 역사')③M&A로 몸집 불리기…뒤늦게 날아든 청구서

타파스·래디쉬에 1조 투자…"기업가치 증대 위한 무리수"

2023-08-31 06:00

조회수 : 12,18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10년차 이상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을 실시했습니다. '새로운 커리어 개발을 원하는 직원들을 지원하겠다'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구조조정의 신호탄 격인 희망퇴직이었습니다. 카카오엔터 안팎에서는 지난 2021년 인수한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가 위기의 단초가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시너지를 내기는커녕 막대한 손실만 안겨줬다는 것입니다. 카카오엔터 내부에서도 스토리 사업을 담당했던 페이지컴퍼니 조직원들이 NCP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타파스의 북미 웹툰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쳤습니다. 1위 사업자인 네이버웹툰(70.5%)의 10분의1을 조금 넘는 영향력입니다.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이란 수식어를 달고 카카오 품에 안겼던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초라한 성적이지요.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또 한 번 진화하는 계기를 맞았다"고 했던 인수 때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3월 타파스 한국법인을 청산한 후 이용자 친화적으로 타파스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하는 등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CIO) 역시 지난 3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타파스 앱 개편과 함께 IP의 양적·질적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1년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며 북미 웹툰 시장의 본격적 진출을 선언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카카오엔터 내부에서는 "타파스는 가망이 없다"는 평가에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부 임원은 "인수 후 뜯어보니 사기에 가까웠다"고까지도 말합니다. 
 
문제는 타파스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타파스의 부진에 가려져있을 뿐 래디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증언합니다. 지난해 타파스와 래디쉬가 합병해 출범한 타파스엔터는 22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요. "미국 증시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당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앞뒤 재지않고 투자를 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이라고 그는 일침했습니다. 한때 기업가치가 20조원에 이르면서 북미 사업 확장에 더 욕심을 내게 됐는데, 그쪽에 더 많은 신경을 쓰다보니 상대적으로 내실이 있었던 국내 사업에도 소홀해졌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돌아보면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 이 무렵이었다"며 "마치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원금 회수를 위해 더 위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계약직 직원들을 서둘러 정리하는 것을 보며 희망퇴직도 어느 정도 예측은 했다"고도 그는 덧붙였습니다. 
 
올 초 하이브와 극심한 신경전을 벌이면서까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올인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도 결국 이 같은 사정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상당부분을 SM엔터 지분 인수에 사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의 시세조종 정확을 포착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배경에는 해외 스토리 사업 부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소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뉴시스)
 
카카오의 대규모 투자에 물음표가 달리는 곳은 또 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인수한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과 합병했습니다. 인수 3년차를 맞은 지그재그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손실은 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억원 확대됐습니다. 거래액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탓입니다. 
 
결국 인수합병(M&A)을 통한 카카오의 성장 전략을 재점검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과거 멜론 운영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오늘날 카카오엔터의 기반을 다졌던 성공 경험도 있지만, 카카오 위기를 초래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역시 영역을 가리지 않은 M&A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 같은 플랫폼 회사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서비스를 업데이트를 거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회사 내부에서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 투자로 테스트를 했던 것"이라고 카카오의 성장 전략을 진단했습니다. 더욱이 투자 비용은 벤처캐피탈(VC)에서 조달을 해왔기에 더 부담 없이 사업성 테스트를 할 수 있었지만,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련의 과정들에 잡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대중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 정치권의 견제, 그룹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계열사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전략의 약점이 노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