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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길거리 나선 변호사들…‘비밀유지권’ 도입 논란

2023-08-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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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검찰이 최근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따라 벌이면서 '비밀유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뢰인과 변호인은 수사 대비와 진행 시 터놓고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툭하면 검찰 등 공권력의 강제력이 동원되면 제대로 된 방어권을 형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는 상태입니다.
 
"변호사 압수수색 이렇게 많이 이뤄진 시기없었다"
 
지난 28일 대한변협을 비롯한 법률단체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검찰을 상대로 집회를 열면서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검찰은 이에 앞선 2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선임변호인 이 모 변호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 주거지와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습니다.  
 
최근 검찰은 변호사를 상대로 3차례나 압수 및 수색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과거에도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있었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적은 드뭅니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행위 중단, 변호인의 의뢰인 비밀유지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8.28.<사진=뉴시스>
 
변협 “檢압수수색 중단”…‘비밀유지권’ 침해 논란
 
변협은 변호사와 로펌 압수수색이 일상화되면 의뢰인이 진실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돼 조력받을 권리를 침해당한다고 목소리 높입니다. 다시 말해, 검찰의 이와 같은 행태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 보장이 안 된다는 겁니다.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규정만 돼 있을 뿐 법률로 입법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 형사소송법 제112조는 변호사의 ‘압수거부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49조와 민사소송법 제315조는 변호사의 ‘증언거부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의뢰인은 변호인을 신뢰하고 사실을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서로 의사교환을 한 내용을 압수수색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규정은 없습니다.
 
즉, 수사기관은 별다른 제약 없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을 수집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면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게 되고, 결국 불충분한 법적 조력으로 귀결된다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적합니다.
 
OECD 국가 중 한국만 '비밀유지권' 없어
 
미국은 보통법으로 비밀유지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이래 판례법으로 확립해 보장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변호사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 변호사의 직업상 비밀을 비밀유지의무 및 비밀유지권의 양 측면에서 모두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밀유지권’이 입법화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과거에는 일본도 비밀유지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었으나, 2019년 공정위 관련 규정 및 지침에 비밀유지권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남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dge)’의 보장이 필수적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의 변호사 압수수색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된 변호사 비밀유지권 제도 도입 입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비밀유지권 입법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8.18.<사진=뉴시스>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wsch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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