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진양

jinyangkim@etomato.com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카카오 '불통의 역사')①혁신에서 불통 아이콘으로…"카카오는 안녕한가요"

크루유니언, 일방적 구조조정에 경영진 대화 요구

2023-08-29 06:00

조회수 : 8,40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카카오의 내우외환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탄생시키며 자타공인 국내 대표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았던 카카오는 어느새 직원들에게는 불통의 조직이, 국민들에게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전형적인 대기업의 병폐를 드러내는 '밉상 기업'이 돼 버렸습니다. 한 때 시가총액 3위에 올랐던 주가는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뒤 반등의 기미조차 못 찾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카카오의 지난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졌고 신뢰·충돌·헌신의 가치는 기성세대의 유행가처럼 입안에서 맴돌 뿐 현실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에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카카오는 정말 안녕한가요."
 
위 문구는 2018년 10월 출범한 카카오의 노동조합 '크루유언'의 설립선언문 첫 단락의 내용입니다. 놀랍게도 해당 글귀는 약 5년이 지난 현재의 카카오에 대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카카오에 '소통의 부재'는 어느덧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크루유니언의 활동이 본격화 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사태' 때에도, 잦은 근무제와 경영진의 변동으로 조직 내부가 혼란스러웠을 때에도, 일방적인 구조조정·희망퇴직으로 구성원들이 거리로 나설 때에도 노조의 외침은 한결같았습니다. 책임지는 리더십과 소통, 신뢰의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에 실패와 도전이 사라졌다"며 "IT기업은 혁신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실패를 거울삼아 끊임 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한데 카카오는 그렇지 않다"고 일침합니다.  이어 그는 "프로젝트가 실패했어도 사람이 실패한 것이 아니지만, 조직원들은 실패의 원인도 모른 채 모든 혼란을 겪어야 했다"며 "반대로 경영진들은 실패의 책임도 지지않는 안전한 환경이 보장된다"고 덧붙였습니다.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열린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 집회를 마친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범 6년차 크루유니언, 작년부터 경영진 실책 본격 지적
 
'카카오에는 큰 쟁점이 없다'는 말로 대변될 만큼 크루유니언 설립 초기에는 노조 활동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크루유니언의 활동의 중심은 포괄임금제 폐지,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육아휴직 확대 등 당시 ICT 업계 현안들에 그쳤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은 노조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화선이 됐습니다. 1000명 안팎이었던 조합원 수는 2000여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경영진의 실책을 본격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근무제도 문제와 경영진 교체 등이 이슈로 떠오르며 현재는 4000명 이상이 노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크루유니언 측은 "특정 현안이 노조 가입을 부추겼다기보다는 공동체가 직면한 불안한 환경, 리더십 부재, 신뢰 부족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협의 없는 일방적 의사결정…고통분담 전무"
 
올해에만 크루유니언의 입장을 전하는 자리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현안은 달랐지만 회사와 경영진을 향한 불만은 일관됐습니다. "근무제와 조직구조를 개편할 때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가 진행된다", "직원들은 고용에 불안함을 느끼는데 경영진들은 고통분담에 관심이 없다",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되레 자리를 보전하는 회전문식 인사가 반복된다" 등입니다. 한 크루원은 "1주일에 한 번 꼴로 단행되던 조직개편은 그나마 2주 간격으로 늘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을 포함한 경영진과의 대화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크루유니언과 김 센터장과의 만남은 2018년 노조 설립 직후 한 상견례가 마지막이라고 크루유니언 측은 전합니다. 최근 판교역 광장에 가수 김범수의 노래인 '보고싶다', '제발', '나타나' 등이 울려퍼지게 된 배경 역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센터장을 소환하기 위함입니다. 오치문 크루유니언 수석부회장은 "김 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후 들려온 소식은 그의 국립오페라단 이사장 임명 소식이었다"며 "회사가 안으로는 곪아터지고 있는데 외부 이미지만 신경을 쓰는 모습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침했습니다. 
 
지난달 26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열린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의 첫 번째 단체 행동. (사진=뉴스토마토)
 
카카오의 불통은 국내 IT 업계를 대표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음에도 여전히 김 센터장의 입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내부 문화의 탓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복수의 카카오 출신 관계자들은 "브라이언(김 센터장)과 가깝지 않으면 카카오에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의 한계가 분명했다"고 증언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잦은 교체가 있었던 카카오 대표들의 수식어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김범수 복심'이었습니다. 
 
일반 직원들이 느끼는 카카오 문화도 흔히 알려진 '자유로움'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카카오는 여전히 구직자들이 꼽는 '가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빈번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카카오로 이직을 한 경력직 직원 중에서는 "기대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평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통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의외의 경직된 순간을 마주할 때가 빈번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