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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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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23-08-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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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회원등이 16일 경기 성남시 샤니 생산공장 앞에서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은폐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한 달 평균 발생하는 산재 건수 13.5건. SPC그룹 계열사 16곳에서 발생한 산재 건수입니다.
 
지난해 10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사 16곳에서 발생한 산재는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8년 106건에서 지난 2021년 181건, 2022년(8월 기준)엔 133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8년부터 5년간 SPC에서 발생한 산재는 총 759건에 달합니다.
 
앞서 SPC는 지난해 사고 후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안전관리 강화에 힘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채 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 끼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샤니 성남공장에서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를 당한 50대 여성 A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SPC 측은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SPC의 공식 입장과 달리 사측의 행동 및 발언은 진의가 의심됩니다. 기자는 지난 10일과 11일에 분당차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유족과 고인은 어디에 있는지? 빈소는 언제 마련되는지? 타사 기자들은 많이 왔는지? 등 다수 질문을 사측에 질문했습니다.
 
사측은 오히려 헛걸음했다면서 타사 기자들은 많이 오지 않았다고 반문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본지뿐만 아니라 타 언론에서도 기사화가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사측 관계자는 "서운하다. 제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했는지도 말했는데 왜 그러시냐?",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등의 발언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사고와 이번 사고는 다르다. 이번은 같이 근무한 직원의 오작동에 의한 것인데 왜 기존 사고와 합쳐서 종합적으로 아프게 쓰는지 서운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족과 사측이 협의차 병원에서 나올 때 기자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기자를 둘러싸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집에 가자", "술 한잔 사드리겠다" 등으로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응급실 앞에 대기하던 기자에게 사측은 "지금 내가 유족을 돌봐야 하니까 저기 가 있으세요"라는 말까지도 내뱉었습니다.
 
빈소는 11일 금요일 저녁에서야 마련됐지만 이조차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측에서 퇴근하겠다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뒤로한 채,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사측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 시간 후 병원 인근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장례식장 앞에서 유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큰딸이라고 소개한 B씨는 "잼버리와 태풍 영향으로 (엄마 사건이) 많이 이슈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엄마 기사가 나는 게 좋은지 아닌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대신에 이렇게 잊혀지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SPC 자체가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무사 A씨는 "기본적으로 반죽류의 기계에는 센서들이 대부분 장착돼 있어야 한다"면서 "밑에 사람이 있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는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 부분이 고장이 났는데 수리를 안 했거나 작업 속도를 빨리하기 위해서 센서를 꺼버리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민사적으로 배상해도 한 5억~6억원 정도 배상이 된다면서, 기업이 휘청할 정도의 큰 액수의 벌금이 매겨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추후 피해자들이 계속 나올 수도 있고 타 기업들에 반면교사를 주기 위해서도 세게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우연, 세 번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이 터지면 어떻게든 모면하기 위한 방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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