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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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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대명사 현대제철, ESG등급 'A' 자격 있나

과거 10년 간 매년 평균 2명 노동자 사망

2023-08-10 06:00

조회수 : 1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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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해까지 과거 10년 동안 매년 평균 2명의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현대제철(004020)이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평가에서 A 등급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사망 노동자 숫자가 줄지 않았음에도 ESG경영 우수 기업으로 평가됐습니다. 
 
현대제철은 평가 항목 가운데 노동자 권익과 관련된 사회 부문에서 상위 등급으로 분석됐습니다. 현대제철이 ESG경영 우수 기업에 걸맞은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10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ESG평가에서 총 A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가 항목별로 보면 환경부분과 사회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으며 지배구조에선 B+ 등급으로 매겨졌습니다. 
 
KCGS는 기업의 ESG등급을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총 7단계로 나눠 매년 기업을 채점합니다. 적어도 B+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ESG경영이 양호한 수준으로 보는 겁니다. 
 
KCGS으로부터 S등급을 받은 기업은 현재까지 없으며 A+ 등급은 5개 기업 뿐입니다. 더군다나 A+등급의 경우 지난 2021년 총 14개 기업에서 5개 기업으로 대폭 축소된 규모입니다. 따라서 ESG평가 A등급이 평가 순위 중 3위일지라도 사실상 상위권에 해당하는 겁니다.  
 
지난해 현대제철 ESG등급 평가 내용. (캡쳐=한국ESG기준원 홈페이지)
 
심지어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사측의 노동자 안전관리가 중요해진 시점에도 현대제철은 같은해 3월 노동자 2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현대제철소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도금 포트에 빠지면서 사망한 데 이어 사흘 뒤에 충남 예산군 예산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 1명이 철골 구조물에 깔리면서 숨진 사건들입니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당시 현대제철의 사고 원인을 '2인 1조 작업' 규칙을 어겨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현대제철이라는 거대 자본이 운영하는 공장이라기에는 너무도 부실한 안전조치와 기본적인 2인 1조 작업조차 지켜지지 않은 수많은 불법이 겹쳐져 발생한 사회적 살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같은 사망사건에 고용노동부는 조사에 나섰으며 그 해 말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제철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다만, KCGS가 같은해 11월 현대제철에 대한 사회부문 등급 조정을 진행했음에도 평가는 A로 매겨진겁니다.
 
한국ESG연구소 관계자는 "산업안전 사고라는 건 ESG등급 가운데 사회부문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 현장의 전반적인 개선이 미흡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업장 별 사망사고 꾸준…악명 높은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매년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노동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는 19건에 육박합니다. 사망자는 원청과 하청 노동자를 모두 포함해 22명이며, 지난해에 숨진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24명입니다. 매년 평균 2명 꼴로 노동자가 사망한 겁니다.
 
사고 유형은 끼임과 추락, 질식, 부딪힘 등 다양합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보면 지난 2021년 5월 한 노동자가 워킹 빔과 기둥 사이에 끼여 사망했고, 지난 2017년 12월에는 노동자가 크로스 엔트리 가이드 주변 작업 후 육안점검 중 가이드와 설비 사이에 끼여 숨졌습니다. 
 
질식사고는 지난 2018년 8월 한 노동자가 덕트 내부 청소작업 중 넘어져 고압의 물과 공기 등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2013년 5월에는 당진제철소 제강공장 3전로 내 작업발판 해체작업 중 아르곤 가스가 유입되면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5명이 한꺼번에 질식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추락 사고는 지난 2016년 12월 기중기 운전자가 크레인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던 과정에서 노동자가 떨어져 숨이 끊어진 사건입니다.
 
이밖에도 현대제철은 포항과 인천공장에서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지난 2020년 2월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한 노동자가 턴디시 상부 이동 중 예열구 홀에 빠져 추락해 숨졌으며, 인천공장에서는 지난 2017년 3월 H빔 운반 중 3단 적재된 H빔이 떨어져 맞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현대제철은 잦은 사고와 ESG 등급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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