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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대통령 멘토’ 이종찬 광복회장의 고뇌

2023-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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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87) 광복회장은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유명합니다.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우당의 동생이자 이 회장의 작은 할아버지인 이시영 선생이, 1945년 해방 후 귀국길에 상하이 공항에서 어린 이 회장을 앞에 세우고 찍은 사진은 광복의 기쁨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육사 출신으로 중앙정보부를 거쳐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민주정의당에서 4선 의원과 사무총장을 하면서도 지금은 고인이 된 김상현 의원과 김지하 시인 등과 교류하면서 물밑에서 야당과 민주화세력에 도움을 주기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거쳐 1999년 5월에 국가정보원장을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뒤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당기념관장,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장 등을 맡아서 독립운동 기념사업에 몰두하던 그가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은 건 윤석열 대통령 지지 활동 때문이었습니다.
 
아들 이철우 연대 교수의 50년 지기 절친인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이후 멘토가 됐고, 국정원 출신 인사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했으며,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인수위 출범 등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는 ‘아버님’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 이 회장이 현 정부가 뉴라이트식 사관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가보훈부가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에 고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은 문구를 삭제하자 그는 “백 장군이 몇 년이라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도 사실이고, 국가유공자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친일이다, 아니다'를 시비할 필요 없이 팩트만 소상히 알리면 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그가 회장인 광복회도 “백 장군의 '친일기록' 삭제를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광복회를 포함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해야 한다"며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공개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관련기사: 백선엽 본인도 인정한 친일, 장관직 걸고 아니라는 박민식 장관…왜?)
 
국가보훈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과 건국절 논란에 대한 비판은 더 매섭습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주도해 광복회가 지난 3일 ‘대한민국 원년은 1919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광복회는 반대할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1948년 건국론‘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면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 신민 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간여할 일이 아니게 된다”며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약 이런 점까지 알고도 주장했다면 신종 친일파 민족반역자"라고 맹폭했습니다. 그는 광복회 문서에 서기 연도 표기 대신에 ‘대한민국’ 연호를 쓰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대표적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이 회장 홀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보여주는 퇴행적 역사관이 박민식 보훈부 장관만의 생각일까요? 이 회장의 고뇌가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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