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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호주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은커녕 디리스킹도 쉽지 않아

2023-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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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대결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집적회로를 발명하고 페어차일드반도체와 인텔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와 AMD 창업자 제리 샌더스 등 실리콘밸리 사업자들이 1977년에 일본 반도체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현재는 인텔은 물론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어, 로비스트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손꼽힙니다.
 
인텔·퀄컴·삼성전자·TSMC, 바이든 정부에 대중 반도체 추가 규제 자제 요청
  
이 SIA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 추가 조치를 자제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과도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며 때로 일방적인 조치의 반복”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교란하고 중국의 보복조치 확대를 폭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SIA 회원사 CEO들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 미국 정부 수뇌들과 만나고, 공개성명까지 냈습니다. 이들이 느끼는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줍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전 세계 수요의 1/3인 1800억달러(약 226조7400억원)에 달하지만, 미중 반도체 전쟁의 전체 파급력은 1800억달러 정도는 그야말로 껌값도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SIA의 이 성명은 이달 초 화제가 됐던 뉴욕타임스(NYT)의 ‘미국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 반도체’(One Reason the U.S. Can’t Quit China? Chips)기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기사는 지난 5월 보안심사 불합격을 이유로 중국 정부가 반도체 판매를 금지했음에도 바로 다음 달에 중국 시안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6억달러(약 7800억원) 추가투자 계획을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이자 미국 1위 업체인 마이크론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여전히 생존의 핵심이라고 말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위치를 켜고 갑자기 모든 것을 중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업계관계자의 고민을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중국 사업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의 핵심”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관리, 위험 분산)과 다각화(diversification)’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디리스킹의 정확한 의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과 그 전후 연설 등에서 이를 ‘국가안보를 위한 제한적인 표적 조치(narrowly scoped, targeted controls)’라고 정리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를 첨단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라는 ‘좁은 마당’에서는 확실하게 ‘높은 울타리’를 쳐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겁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디리스킹을 선언했지만 이 역시도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 광물인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리튬, 흑연, 코발트, 망간 등의 채굴·정제·제조·공급 전 과정에 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토류 15종 등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2016~2020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시장 1위 광물은 무려 33종에 달합니다. NYT가 "세계는 중국 없이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없다"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중국과 협력하지 않고 전기차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5월 16일자)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 핵심원자재 51종 중 33종 1위…희토류는 소재·금속 95% 장악
 
미-중 패권 갈등의 본질이라는 희토류는 아찔한 수준입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미국이 자랑하는 F-35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그리고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제조에 꼭 필요한 광물이지만, 그 소재와 금속의 95%를 중국이 생산·가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품목인데,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의 그렉 헤이즈 대표는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합니다.
 
호주가 중국의 주요광물 독점을 깰 수 있을까(6월 20일, 이코노미스트)
희토류 경주에서 바통을 떨어뜨린 미국(6월 23일, 포린폴리시)
유럽과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 중국으로부터의 탈위험화 위해 고군분투(6월 2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6월 24일, 포린폴리시)
 
최근 영미권 주요매체들과 외교전문지들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입니다. 광물자원 초강국 중국을 인도와
호주가 대체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어깨에 손을 두른 채 이야기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30년 ‘세계화’ 기간 동안 만들어진 세계 공급망을 단기간 내 재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고,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막대한 환경오염을 감수하면서 핵심광물 확보에 집중해온 중국을 다른 나라들이 대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미중 경쟁, 일생 동안 결승선 없다“
 
토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회(CFR) 대담에서 ”미중 간 경쟁은, 이 방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생 동안에도 명확한 결승선(finish line)은 없다“면서 ”중국도 미국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리스킹과 다각화는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를 위한 핵심 광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우리만의 공간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은 현재로서는 상품 시장뿐 아니라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도 대체지를 찾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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