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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2023-07-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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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가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방송법 개정이요. 주로 야당이 시도하니까. 모양새가 좀 그렇긴 하죠.” 최근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 추진 움직임을 두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도 불립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의 선임 과정에서 정권 편향적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우려를 불식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현행법상 공영방송 고위 인사는 여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당에서 임명하는 3명, 야당에서 임명하는 2명으로 꾸려지죠. 여당 측이 인원수에서 우세한 만큼, 공영방송에 여권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공수 교대’가 이뤄지면 여야의 상황이 180도 전환된다는 의미도 됩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갖는 세력도 덩달아 변화하니까요. 앞서 한 민주당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은 공영방송을 둘러싼 이런 역학 구도와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집권당이 되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손볼 유인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실제 방송법 개정안은 정당과 관계없이 야당이 적극적으로 제정을 추진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2016년에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이사장 포함 13명(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하되, 이 중 3분의 2의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를 추진했습니다.
 
방송법 개정을 향한 야당의 의욕적 모습은 여당이 되면서 사그라들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8년 정권교체에 성공하자 민주당은 여당이 됐고, 이후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미뤘습니다. 반대로 야당이 된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릴레이 농성을 벌이는 등 방송법 처리를 촉구했죠. 당시 방송법은 20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습니다.
 
방송법 개정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은 것은 지난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다시 야당이 된 민주당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관련 상임위에서 수적 우위로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겁니다. 민주당은 본회의 강행 처리를 벼르고 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법 통과 저지에 총력을 다할 기세입니다.
 
방송법은 국회의 해묵은 숙제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거대 양당이 여야 위치를 맞바꿀 때마다 각각의 입장도 달라지면서 공방을 지속해온 탓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둔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졌지만, 공영방송 독립성을 향한 정치권에는 진정성에는 의구심이 서리게 됐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권이 기존에 반복해온 풍경에서 탈피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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