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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세월호와 부채의식

2023-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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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팽목항에서는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이날은 3주기 이후 처음으로 일요일에 4.16 추모식이 열려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은 사람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팽목항을 처음 찾은 시민들에게 9년 만에 팽목항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이들이 입을 모아 답한 것은 일종의 ‘부채 의식’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각자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아들의 나이가 같아서,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듣고 기뻐하고 안도했던 마음이 미안해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 사람들은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한 60대 여성은 9년 만에 팽목항에 찾은 소감을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회가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 거대한 재난상황을 경험했을 때, 희생자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공동체의 노력으로 보듬어나가는 일은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남은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9·11 테러 메모리얼 박물관 입구에는 '그 시간의 기억에서 단 하루도 당신을 지울 수 없다'(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은퇴 후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은 한 시민은 갓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이 아이들은 그날, 그 자리에, 운이 나쁘게도 그 배에 있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희도 남의 아픔에 눈 감고 귀 막으면 안 돼”
 
 
팽목항 기억의 벽 (사진 = 정동진 기자)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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