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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별 마진 기준 제각각…1분기 실적 혼선

보험사별 미래가치 '셀프 책정'

2023-04-18 06:00

조회수 : 6,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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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은 오는 1분기 실적 발표부터 새 회계제도인 IFRS17을 적용하는 가운데 새 회계제도의 중요 지표 산출 기준이 제각각이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국은 시장 자율을 명분으로 관망하고 있습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달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계약서비스마진(CSM) 수치를 통일되게 산정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서는 그동안 원가로 평가해온 보험 부채를 시가(현재 가격)으로 평가하는데요. CSM은 보험 부채에 편입되는 값 중 하나로,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CSM은 보험사의 향후 수익에 대한 값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보험사 마다 CMS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IFRS17에서 손해율이나 해지율, 할인율 등 기초 계리적 통계를 각 사 자체 통계를 사용하게 돼 있고 CSM도 이를 바탕으로 산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A사의 CSM이 1000억원, B사의 CSM이 같은 1000억원이라도 실제 A와 B사의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보험사가 발표한 CSM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비교 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지난해 보험사 CMS 규모를 보면 업계 1위인 삼성화재(000810)보다 DB손해보험(005830)이 높고, 업계 상위권 회사들의 CSM은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됐습니다.
 
지난해 기준 삼성화재의 CSM은 12조2000억원, DB손해보험은 12조8000억원입니다. 교보생명은 4조5910억원으로, 업계 상위권인 삼성생명(032830)(10조3745억원)이나 한화생명(088350)(9조5587억원)에 크게 못 미칩니다.
 
보험업계는 자체적인 기준으로 발표한 CSM이 타사에 비해 축소 해석된 것으로 보이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나 미래 가치도 함께 과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CSM 발표를 보고 무척 당황했다"며 "우리 회사가 타사 대비 실적이 낮게 나올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업계 전체순위에선 매우 낮게 나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당장 문제는 올 1분기 실적입니다. 기준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1분기 실적에서도 CSM은 저마다 제각각인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의 의견을 듣고 논의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을 낼 것인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융당국은 새 회계기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단순한 혼란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고 나면 시장의 자정작용에 의해 CSM이 정확한 방향으로 수렴을 해 나갈 것"이라며 "IFRS17의 특징이 예측과 기초 가정 후 실적과의 차이(예실차)를 확인하고 향후 기초가정을 조정하며 정교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이 CSM의 비교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지는 아직까지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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