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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동네 소아과 병원 사라지나

2023-04-05 18:08

조회수 : 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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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오늘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최근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문의들이 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소아과는 장기적인 저출산 흐름과 고착화된 낮은 수가(진료비),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이 맞물리면서 붕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지난 5년 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으나 662곳이 폐업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는 데다, 턱없이 낮은 진료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동네 병원의 위기를 불렀습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습니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는 셈입니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0년 간 1만7000원가량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위기가 계속되자 지난달 복지부는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리겠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복지부가 내 놓은 대책은 실효성 있는 정책보다는 미흡하기 그지없는 정책 뿐이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청과 의사 공백으로 진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복지부는 엉뚱하게 시설확충을 해결책이라고 내세웠습니다.
 
현재도 응급실과 병실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소청과 의사가 없어 입원 치료가 불가능해 응급 소아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대학병원이 많습니다.
 
의사들의 폐과 선언 후 복지부는 부랴부랴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묘수는 없는 듯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이 동네 소청과 병원의 몰락을 부추겼을 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병원 문을 닫는 의사들의 심정을 정부는 깊이 헤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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