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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비판 물타기용?…통신사 당분간 뭇매 예고

울며 겨자먹기식 통신3사 데이터 무상제공 발표

2023-02-16 16:39

조회수 : 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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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최근 들어 윤석열정부의 통신업계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LG유플러스가 개인정보유출과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사태에 대해 사과문과 함께 사이버안전혁신안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전날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가 민생안정대책 일환으로 데이터 무상 제공 계획을 밝힌 것 모두 정부의 압박 속에 눈치보며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통신 시장을 '공공재', '과점상태'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당분간 뭇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놓고 정부가 포퓰리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통신업계를 앞세우고 있다는 평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개인정보유출, 디도스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사이버안전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대량의 데이터 무상 제공 계획도 알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로 열리는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발표한 내용으로, 당시 통신사들은 "어려운 경제 환경 하에서 국민들의 가계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경감해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새 튀어나온 통신사들의 정책이 정부의 압박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는 업계 특성상 정부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도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사전 교감 하에 통신사들이 마치 자발적으로 통신비를 경감해 대국민 통신비 부담 절감을 하겠다는 식으로 회의 시작 전에 미리 발표하도록 하는 각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습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대통령실이 지금 개별 사안에 대해 기업과 조율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기업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통신3사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고위관계자는 "지금 대통령실은 세상 만물 저 위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며 "기업과 일일이 조율하거나 그런 것 안 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옥. (사진=각사)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며 통신·금융기업들에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그동안의 압박이 시그널 수준이었다면, '공공재', '과점상태'라는 단어들은 적극적 개입을 뜻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향후 통신업계를 향한 뭇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통신업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에 주식시장에서 통신주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통신주의 대장 격인 SK텔레콤이 전날 2.31% 내린 데 이어 이날 4.29% 내리며 하락폭을 키웠습니다. 
 
그간의 정부 압박은 주로 금융권에 집중돼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고금리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저격했었죠. 이후 화살은 통신분야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재계에서는 금융과 달리 통신시장의 경우 개별 기업 옥죄기라기보다는 고물가 속 공공요금 인상으로 민심이 악화한 것에 압박의 본질이 있다고 평합니다. 각종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을 저지하되 포퓰리즘 비판은 피하기 위해 통신업계가 타깃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통신을 공공재 성격, 과점 상태로 지목한 것도 포퓰리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라는 풀이인데요. 재계 관계자는 "전력, 가스요금 관련해 전 정권 정책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는데, 현 정부 역시 민심 악화에 공공요금 동결을 꺼내고 있다"며 "이 정부도 포퓰리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방지하고자 통신 분야가 공격용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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