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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허대만법부터 '선거제 개혁안' 꿈틀대지만…여의도엔 번번이 무산된 잔혹사 있었다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 개혁 목소리…이번엔 바뀔까

2022-1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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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의견·정치행동 그룹 '더좋은미래' 강훈식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대통령 사과와 관련자 파면, 경질 및 국정조사 협조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가 양당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대립을 부추기고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 등 대표성을 정체·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비례대표제 강화' 등을 꼽았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강우진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가 발제를 맡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문가들은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거대양당, 특히 여당의 동의가 핵심이지만 이들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교체하면서 개혁을 위한 동력이 힘을 받지 못하는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거제 개혁은 오래된 정치적 과제다. 소선거구제 개편과 비례대표제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 박사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한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 냉소, 포퓰리즘이 커지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특성상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 역시 양당에 갇힌 사고가 강화되면서 자신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할 여지도 있다. 이는 곧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재차 대표성 약화의 고리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소선거구제는 안정적이고 강한 양당제의 장점이, 사표와 비례성 등 다른 단점들을 상쇄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지역주의 및 이데올로기적 대립, 정서적 정파성과 연계되어 소선구제 제도의 단점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 의원이 늘어나고 그 이외의 지역의 선거구에는 의원이 줄어드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헌법상 선거구는 인구대표성, 지역대표성, 행정구역 등을 기준으로 획정하기 때문에 지역소멸은 곧 대표성 약화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1개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에게 투표해 다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이는 사표를 감소시켜 유권자의 대표성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의 양당 구조도 약화시킬 수 있다. 단점으로는 낮은 득표율로도 선출될 수 있어 대표성이 소선거구제보다 약할 수 있고, 정당 간 경쟁이 아닌 후보자별 중심의 경쟁이 증가해 파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검토한 이 박사는 “현재의 (소선거구제의) 문제는 오히려 과반 이하의 지지로 당선되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선거를 보면 동일 당의 후보가 본선에서 경쟁할 경우 파벌이 오히려 약화되고 의정활동과 정책경쟁이 활발해졌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비례대표제 개혁을 통해 유권자의 대표성 강화를 주장했다. 본래 비례대표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보장해 대표성을 강화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득표율이 5% 미만이거나 지역구 의석을 3석 이상 얻지 못한 정당에 배분하지 않으면서 제1당의 의석배분을 최소 절반 이상 보장하는 제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의 결정적인 국면은 카르텔 체제를 유지하는가, 아니면 변화하는가”라고 짚으며 “(비례대표로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열린 개방적 체제의 변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허대만 경상북도당 위원장이 지난 2020년 7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당·경상북도당·제주특별자치도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내에서도 선거제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선거제 개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개혁 과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에서 소선거구제-다수단순대표제의 현행 제도 개혁하려는 움직임 있었지만 거대 양당 카르텔에 번번이 무산돼 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일명 ‘허대만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발의한 동법은 국회 의석을 6개 권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나눈 뒤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제2의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가진 고 허대만 전 경북도당위원장의 뜻을 잇기 위해 발의됐다. 정치적 유망주였던 허 전 위원장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서울이 아닌 고향 경북 포항으로 내려가 활동을 했지만 소선거구제 아래 지역주의에 가로막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올해 세상을 떠났다.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허 전 위원장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허대만법’을 발의해 특정 지역에서 한 정당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지역주의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년 1월31일 기준으로 상·하한 인구수와 시·도별 의석 정수 등을 토대로 각 지역의 지리·생활문화 여건, 지역 대표성 등을 감안해 선거구를 나누거나 합친다. 이후 획정위가 만든 안을 법률로 제안하면 국회는 이를 심의·의결해 선거구를 확정한다. 2024년 22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시한은 본투표 1년 전인 내년 4월 10일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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