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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핼러윈 챙겼다고…

2022-10-21 17:00

조회수 :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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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10월은 '핼러윈(Halloween)'으로 떠들썩하다. 유통가와 산업계 너나 할것 없이 핼러윈을 기념한 행사와 이벤트를 벌인다. 쳇. 할로윈이 우리 명절인가…
 
핼러윈은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마지막날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다. 켈트족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는 의식에서 유래했는데 이때 악령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워 악령같은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시작됐다. 
 
핼러윈을 체감하게 되는 것은 어린이들이 핼러윈을 좋아라 즐기고 또 고대하기 때문이다. 영유아 기관에서는 매년 10월마다 핼러윈 데이 행사를 열며 어린이들에게 코스튬(의상)으로 꾸미게 하고 호박바구니에 사탕, 젤리 등 맛있는 간식을 잔뜩 퍼준다.
 
영유아 교육기관의 영어 조기교육이 발달하면서 미국의 풍습인 핼러윈이 더욱 빠르게 자리잡은 듯하다. 우리집 꼬마2호는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아 체감할 수는 없지만, 꼬마1호(초등1학년)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는 유치부의 핼러윈 행사가 아주 성대하게 치뤄진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드라큘라 옷, 꼬마마녀 옷을 골라 입혀줬더니 별 말 없이 입고 갔는데 올해는 10월 첫 날부터 꼬마2호의 요구사항이 쏟아졌다. 
 
"엄마 올해는 무조건 스파이더맨이야."
"너 여자잖아. 마녀옷이나, 아니 됐다. 그러면 블랙위도우는 어때?
"아냐. 무조건 스파이더맨이야. 친구랑 약속했어. 그렇게 입기로. 그러니까 그거 사줘. 얼른 결제해. 쿠팡 열어."
 
스파이더맨으로 분한 꼬마2호의 모습.
할 말이 없었다. 유치원에서 핼러윈의 유래를 제대로 배우기는 했는지. 차라리 귀신이나 드라큘라 분장을 재밌게 하면 좋을텐데 마블의 어벤저스 세계관에 갇혀 스파이더맨으로 분하겠다니. 누군가는 중성적이고 좋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귀여운 꼬마마녀로 분장한 딸내미의 모습을 보고싶었단 말이다.
 
스파이더맨 옷이 도착했다. 수트형태라, 화장실 가기도 귀찮고, 다소 불편할텐데, 좋단다. 너무 좋단다. 입이 찢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핼러윈을 잘못 이해하고, 그저 코스튬 놀이에 빠진 스파이더맨 모양의 꼬마2호의 모습이 귀엽긴 했다. 
 
평소 몸놀이에 부끄러워하던 꼬마 2호가 스파이더맨을 입더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스파이더맨 포즈를 척척 해냈다. 가면을 쓰더니 더욱 용감해진다. 얼굴을 가린, 이름을 알 수 없는익명성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올해도 꼬마2호는 핼러윈으로 행복하다. 얼굴만한 호박 바구니를 들려보내주면 그만한 초콜릿을 얻어오겠지. 꼬마2호, 너만 행복하다면 스파이더맨 할아버지 옷이라도 구해다줄게.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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