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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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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의 시선)"쪽팔린 건 국민입니다"

2022-09-22 13:10

조회수 :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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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윤 대통령이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가량의 짧은 환담을 나눴습니다. 이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현지에 있던 대통령실은 한미 외교관계를 우려해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보도를 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미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형 외교사고"로 규정한 뒤 "외교라인의 전면적인 교체"를 주장했습니다. 
 
한미 정상 간 만남은 단 48초로 끝났고, 이 짧은 시간 우리가 기대했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폐지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정과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킬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실질적인 현안은 꺼내기도, 약속 받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백악관의 발표도 한미동맹 강화 및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에 국한됐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성사됐지만, '약식회담'에 그쳤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아예 '간담'이라며 격을 더 낮췄습니다. 모양새도 나빴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을 위해 그가 있던 행사장으로 찾아갔습니다. 또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습니다. 양국 정상이 2년9개월여 만에 만났다는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갖고 이번 순방 관련해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식에 대해서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 보고 진행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여부조차 확인을 꺼렸습니다. 일본의 복잡한 국내 사정과 함께 우리가 외교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한 것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뉴욕에서까지 성사 여부를 놓고 기자들 간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윤 대통령의 조급함은 되레 일본에 주도권만 내주는 꼴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강력한 한미동맹 기조와 연결하면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신 냉전의 시작과도 같았습니다. 한반도는 그렇게 또 다시 극한대결의 전장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도 말했지만, 오부치 전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커다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에 사죄하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잊었습니다. 대체 왜 이리 일본에 굴욕적 자세를 감내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빈손, 비굴 외교에 이어 막말 사고로 국격이 크게 실추됐다. 과정도 결과도 굴욕적이었다"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적이 무리한 비판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 한 마디 보태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우리 국민이 쪽팔립니다. 하루 빨리, 무사히, 더 이상의 사고 없이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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