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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책임론 봇물…"혼자만 살았다"

민주당 내부서 이재명 비판 분출…이원욱 "계양으로 도망갔다"

2022-06-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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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인천 계양구 자신의 선거 캠프에 도착해 개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 위원장이 명분 없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 자신은 생환하는 대신 당을 수렁으로 몰았다며 '자생당사'(자신은 살고 당은 죽었다) 등 쓰라린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계파를 불문하고 원로그룹부터 비주류 쇄신파까지 이 위원장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이 위원장이 그럼에도 차기 당권 도전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 이 위원장도 예기지 못한 지적에 말을 아끼며 숙고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55.24%를 득표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4.75%)를 간신히 제치고 원내 첫 진입에 성공했다. 상처 뿐인 승리였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계양을에서 무명에 가까운 윤 후보를 맞아 고전을 치렀다는 점에서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연고도 없는 계양을 출마는 국민의힘에게 '도망출마'라는 공세의 빌미를 줬고, 이른바 '개딸' 및 유튜버와 떼로 지어 다니는 선거운동 방식은 지역민들에게 불편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선거 막판 당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걸면서 당내 분란을 일으켰다. 이재명 효과는커녕 강한 반감에 표가 달아나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선거 결과가 예상대로 참패로 이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위원장의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원로 인사들이 총대를 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개표가 한창인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정처없이 걷는다. 이 책임을 누가 질까요"라며 "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라고 이 위원장을 겨냥했다. 박 전 원장은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당생자사,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했다.
 
국회부의장 출신의 이석현 전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2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며 "지역주의 타파라는 신념을 위해, 종로 국회의원을 포기하고 부산 험지에 가서 낙선했던 노무현님이 그리워지는 밤"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당선 가능성만 보고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성남시장과 경지지사를 거쳐 대선주자에 올랐던 이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이자 안방과도 같은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를 외면하고 계양을로 향했다. 다분히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전 의원은 그러면서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출마 자체를 꿈 꾸지 말라는 경고였다. 
 
당의 쇄신을 주장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도 이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지방선거)대참패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계양을 보궐선거에)발목이 잡힌 데다가, 오히려 비대위원 전체가 다 모여서 거기서(계양을에서) 지원유세하는 형국까지 몰렸지 않았느냐"며 "(계양을 승리는 이 위원장의)상처뿐인 영광이다. 굉장한 내상이 왔다"고 규정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도 이날 새벽 이 위원장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글을 올리며 그의 당선을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어진 다른 글에서도 "이 위원장은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 경기지사 선거의 패배를 예고한 행위였다"며 "본인의 정치 고향인 분당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앞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강하게 규탄하며 공천 배제를 결정했으나, 이 위원장의 엄호 속에 윤호중 비대위가 이를 뒤엎은 바 있다.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차기 당권을 노리는 대표적 친문 의원들도 이 위원장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들의 질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전 의원은 이날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 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도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며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로 만들고 말았다"고 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친문계의 지원을 받고 이재명 위원장과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37.7%로 역대 가장 낮았던 광주 투표율에 주목하며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을 겨냥해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며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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