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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윤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공약, '경찰 로스쿨행' 부작용 우려

"징계 받고 말지"…의무복무 중에도 로스쿨 진학

2022-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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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사법시험 9수 끝에 ‘늦깎이 검사’로 검찰에 26년간 몸 담아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공약했다. 직장인들의 일·학습을 병행토록 하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서민에게도 입학의 문을 넓혀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정작 직장인과 서민이 아닌 현직 경찰관들의 로스쿨행만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현직 경찰관 대부분은 경찰대 출신이다. 20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에 따르면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출신은 총 80명, 재적 중인 경찰대 출신 수는 총 163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재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경희대(24명)였으며 원광대(16명), 성균관대·충남대(각 15명), 경북대(13명), 한국외대·동아대(10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임용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뉴시스)
 
국가공무원법 71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연수 휴직은 지정기관에 한해 2년 이내로 가능하며, 3년 과정의 로스쿨은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다. 공무원 인사 실무에도 로스쿨 연수를 목적으로 한 휴직은 불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어 휴직을 통한 경찰의 로스쿨 진학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직 경찰관 중 경찰의 길을 포기하고 법조인이 되기 위해 의무복무 중에도 로스쿨에 진학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권민식 사준모 대표는 “상당수 현직 경찰들이 (인지수사, 경제팀 등) 주요 수사팀 보다는 지구대나 112센터 등을 더 선호하는 이유”라며 “(로스쿨 다니다) 걸리더라도 1개월 감봉 처분 등 정도만 받을 뿐, 실질적으로 경찰들의 로스쿨행을 막을 제도가 없다”고 꼬집었다.
 
경찰 간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대학이 로스쿨에 가기 위한 스펙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로스쿨 제도는 태초부터 잘못됐다”며 “법조인 양성 제도를 처음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도 “'온라인·야간 로스쿨'을 추진할 필요·충분조건이 조성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법률 지식을 갖춘 경찰 인력이 대거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간 로스쿨’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히려 이 제도를 활용해 경찰 내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욱 동국대 법무대학원장은 “지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내 고급 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로스쿨 출신 경찰을 원하는 로펌의 수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경찰 내부에서 이를테면 3년이라는 기한을 정하는 식(로스쿨 졸업 경찰을 묶어두는 기한)으로 그런 일정 기간 동안 반드시 경찰에 근무하도록 하는 내규 등을 둬 법률 지식을 갖춘 고급 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후 로펌행을 원하는 경찰 역시 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 원장은 “보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로스쿨에 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경찰대 등) 특정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무작정 (로스쿨 진학을) 막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 로스쿨에 대해서는 “실무 교육과 실습이 필요한 법학을 온라인으로 교육하고 배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전달 면이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온라인 로스쿨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와 (직장인 등에게)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야간 로스쿨’을 확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에 따른 학교 인가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과 파열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 로스쿨 제도를 개선, 보완하는 게 효과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은 “누구나 시험만 잘 보면 입학할 수 있고 대학입시 시점에서 로스쿨 입학을 대체로 보장받아 예측가능성을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로스쿨 입시에서) 정성지표의 비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정원 일부를 법학적성시험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형 전형'과 정원 일부를 대학입시에서 선발해 장래 로스쿨 진학을 보장하는 ‘학·석사 연계전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 회장도 “사회적 약자의 배려는 현재의 로스쿨 제도와 학부 법학교육의 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로스쿨 입시에서 정량지표 비중을 줄이고 각 로스쿨이 주도권을 갖고 각 로스쿨의 특성에 맞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 부정 로스쿨에 대해서는 “로스쿨 대학 자치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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