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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법원,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취소…"명백한 오류"(종합)

"동물집단 개체수가 음수(-)일 수는 없어"

2021-12-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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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답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문제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에 이른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능 과학탐구 영역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문제를 푸는 추리·분석·탐구 능력을 측정하는데도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로 정답을 맞출 수 없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의 일부를 무시하거나,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이 사건 문제는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그대로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은 앞으로 수능시험 과학탐구 영역에서 과학 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법원의 판단을 반겼다. 의대 지망생으로 이번 소송에서 원고로 참가한 수험생 임준하씨는 "법원까지 오가는 것도 힘들고 너무나 당연한 것 앞에서 힘들어해야 하는 것이 문제 출제 기관이 아니고 왜 수험생이어야 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능시험의 모든 문항은 학생이 여러 방법으로 접근해도 잘 풀릴 수 있도록 잘 검토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재판부는 이런 상식적인 저희들의 생각을 존중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전공을 지망하는 원고 신동욱씨도 "평가원 등 여러기관이 20번 문항을 맞은 학생도 틀린 학생도 생명과학Ⅱ를 치르지 않은 학생도 납득할 수 있는 구제책을 내 달라"고 말했다.
 
신씨는 "주변에서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저희의 행동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평가원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과목 선택 응시자 전원의 답을 정답으로 처리하고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집단을 가려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항이다. 수험생들은 이 문항에서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기 때문에 '보기'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있을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15일 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답 처분을 취소한 직후 수험생들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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