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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jinyangkim@etomato.com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기자의 '눈')대기업의 품격

2021-09-03 06:00

조회수 : 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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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일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 IT 주력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한 사익편취 행위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했다. 해외 계열사를 통한 국내 계열사 출자를 늘리고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하는 빅테크 계열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해외 우회 투자나 편법 승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이들이 공정위가 규정하는 '대기업' 반열에 올랐을 때 이미 예견됐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부터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네이버, 넥슨, 넷마블도 올해부터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나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이들의 위상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 네이버 앱과 카카오톡 메신저는 검색과 대화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코로나 백신 예약과 같은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도 담당하는 도구가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4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학생들의 선망의 직장이 된지도 이미 오래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일까. 최근 이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자유로울 것으로 여겨졌던 조직문화는 갑질과 폭언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성장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조직 내부를 다독여야 할 때지만 회사는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관행'이라는 미명아래 이뤄져왔던 일들에 과도하게 관심을 두는 외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조직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벤처기업에서 빅테크로 커가던 시절을 함께했던 한 사람은 "수재로 촉망받던 아이가 평범한 성인이 되면서 겪는 성장통"으로 최근의 상황을 빗대 말했다. 한국 토양에서 자란 '실리콘밸리스러운' 아이가 재기발랄한 어린 시절을 지나 입시 끝에 대학생이 되고보니 나름 사회적 체면도 생기고 주변에 챙길 사람도 많아져 자연스레 기성세대 문화에 스며들었다는 설명이다.
 
항상 "우리는 다르다, 깨어있다"고 외쳤으나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초심이 사라졌다. 더 이상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실수를 눈 감아 줄 수 있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 또한 아니다. 
 
일각에서는 재벌 규제를 하듯 IT대기업을 규제하면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대기업이 됐으니 무조건 제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성장 방정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공동체를 살펴보자는 얘기다. 이제는 품격있는 대기업으로 나아갈 때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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