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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다시 법조일원화를 준비할 때

2021-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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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회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에서 추진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놀라운 일이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 그것도 법에 관한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법원이 추진한 법률이 부결되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충분히 머리가 끄덕여진다. 
 
이번에 시도된 개정안은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이었다. 국회는 2011년 사회적 경험과 법조연륜을 갖춘 판사가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조일원화제도 도입에 맞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자를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면서 경과규정을 두었다. 판사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2013년부터는 3년 이상, 2018년부터는 5년 이상, 2022년부터는 7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자를 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하는 경과조치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판사는 5년 이상 변호사 등의 직에 있던 사람 중에서 임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판사에 대한 지원자가 적다는 것이었다. 
 
먼저 생소한 법조일원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법조일원화는 사회 활동 경험을 충분히 가진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소년 등과하여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는 20대, 30대 초반의 법관이 생겨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해야 하므로 10년 이상의 변호사 활동을 기대한다. 40대 정도가 되어야 원숙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다. 
 
법조일원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조일원화는 사법부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지향하는 제도다. 젊은 나이에 법관이 되면 사회와 멀어지면서 법원의 관료시스템에 순응하게 된다. 젊은 나이에 법관이 되어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 고등부장판사로 이어지는 승진과 인사시스템에 적응하면서 관료 법관이 되어 버린다. 관료법관이 되면 법원제일주의, 법관최고주의, 법원이기주의가 체화되며 사회로부터 멀어진다. 사회의 법감정이 아니라 고루한 대법원 판례에만 따르는 법관이 된다. 나아가 동료법관, 행정법관의 요구에 따라 재판을 함부로 진행한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법관이 아니라 법원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법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의 재판에 관여한 사법농단 사태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 
 
10년 이상 사회생활 경험을 쌓은 법관은 관료법관이 되기 어렵다. 동료법관, 행정법관의 요구에 따라 법원의 이익을 가장 중심에 놓고 재판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법조일원화는 사법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법관이 되기 위한 사회생활 경험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단순히 법관인력수급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관료법관이 아닌 시민을 위한 법관을 임용하는 문제이며 법원의 관료시스템을 개혁하는 문제였다. 최소한 10년의 경력이 있어야만 관료법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당장 임용되어 교육을 마친 후 단독판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도 10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법조일원화 도입 논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시작된다.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는 법조일원화의 ‘전면 실시’와 ‘5년 이상 경력’을 건의했다. 당시 5년 이상을 건의한 것은 변호사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상식은 10년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사법개혁위원회가 한국의 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고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법조일원화는 관료법원시스템을 개혁하기 때문에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 흐름은 2011년 국회에 이어져 법률로 10년 경력이 확정되었다. 
 
이번 대법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조직법 개정 시도는 법조일원화의 역사와 의의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단견이었다. 법안이 부결된 이상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대법원은 법조일원화가 갖는 사법개혁의 의의를 생각해 그 추진방안을 고민하고 내놓아야 한다. 국회 역시 대법원을 도와 법조일원화를 안착시키기 위한 제반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서 두 번이나 확인된 법조일원화의 의의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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