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고공행진을 하던 삼성전기의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호황을 누리다가 불황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거라며 오름세를 타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주가는 지난해 7월26일 16만60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뒤 1년만인 지난 25일 8만97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연초 10만원 부근에 있던 삼성전기의 주가는 4월 중순 12만원 가까이 근접하기도 했지만 이후 내림세를 지속했다. 현재가는 9만1300원(26일 종가 기준)으로 신저가와 불과 1.78% 차이다.
삼성전기의 주가를 올린 것도 끌어내린 것도 MLCC다. 지난해에는 MLCC 호황으로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MLCC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5G,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부품이란 점을 고려할 때 성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쏟아졌다.
MLCC를 다루는 삼성전기의 컴포넌트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700억원대에서 2분기 2500억원, 3분기 3900억원까지 늘었다. 4분기도 3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수요가 둔화하면서 업황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1분기 컴포넌트 사업부 영업이익은 1900억원으로 줄었고 2분기는 12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MLCC 부진으로 실적도 악화됐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감소한 1452억원으로 시장 예상치 1848억원에 못미쳤다.
MLCC 업황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5G 등 통신 수요와 전장용 출하 증가는 고무적이지만 MLCC 매출 비중이 큰 IT 쪽의 회복이 간절하다"며 "현재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전반적인 IT 수요가 침체돼 완성업체의 재고소진이 둔화한 상태라 사실상 올해 안에 업황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기의 주가가 9만원 정도를 바닥으로 형성할 가능성이 커 상황을 너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MLCC 세계 2위 업체고 범세계적인 5G 확산, 올해 3분기를 바닥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점 등을 고려할 때 단기 업황을 보고 비관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2020년 이후 MLCC 수요 회복을 겨냥한 저점매수 전략을 생각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