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보다 진전된 수준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북·외교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회담이 총론 성격이었다면 하노이 회담에선 구체화 된 합의, 북한 비핵화 상응 조치에 관한 대북제재 완화 등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하루 전인 26일 하노이에 각각 도착해 회담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첫날에 친교 만찬을 진행했고, 둘째날엔 단독·확대 회담을 갖는다. 둘의 만남에선 '북한 비핵화에 관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이냐'가 초점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2차 북미 회담을 준비하며 수차례 실무협상을 진행, 양측 입장을 교환했다. 실무협상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접근할지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의 향방이 결론 날 전망이다.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회담보다는 진일보한 일정한 합의가 도출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 완화,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기존에 예상해온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미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송환 등 4개 사항에 합의한 바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 정치적 스캔들에 휩싸여 수세에 몰렸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제는 경제개발에 관한 성과를 내서 인민들에게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모두 회담을 마치고 '뭔가 성과를 만들었다' 또는 '선물을 들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무협상 등의 분위기와 뉴스 등을 보면 영변 핵시설 검증과 남북경협을 위한 일부 제재완화, 평화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성과가 있는 회담이 될 것인가는 이번 '하노이 선언'만으로 끝날 게 아니라 후속 실무협상이 조속한 시일 안에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올 것인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기호 아주통일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가 관건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동결'이라는 포석을 깔아놓은 상황에서 북한도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몰딜 이야기도 나오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언급해준다면 굉장한 빅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기자 간담회 등에서 합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놨다"면서 "대북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제재 완화 이후'는 한국으로 공을 넘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북미는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하다는 점에서 건드리지 않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문제를 일단 양보한 마당이라면 미국이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앞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 "이번 회담에서는 북미 양국이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 조항 중 하나인 북미 간 관계개선을 이행하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뚜렷하게 진척된 합의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무협상 등의 분위기가 좋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애초 북미의 견해 차이가 커서다. 북한은 미국에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점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줄곧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선행돼야만 제재 해제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노이 회담에선 양측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다.
북미회담 결과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중국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진메이화 지린성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매우 복잡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차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더욱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양국이 지속적인 협상으로 비핵화에 대한 이견을 좁혀야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볼 때, 북한이 핵을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