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폭스바겐사의 '디젤게이트 사건'을 심리 중인 독일 연방대법원(BGH)이,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하자가 있는 폭스바겐 차량을 교환해줄 필요가 없다고 본 독일 고등법원의 판단을 부정했다.
슈피겔 등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배출가스저감장치가 임의 조작된 티구안 승용차를 소유한 피해 소비자가 "장치가 조작되지 않은 차량으로 교환해달라"며 폭스바겐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폭스바겐에게 차량 교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 중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한 의견표시로, 확정적 선고는 아니다. 그러나 피해 소비자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이 적용한 법리가 잘못됐음을 지적한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연방대법원은 "원심은 피해 소비자의 청구에 대해 민법 275조 1항을 근거로 '문제 차량이 단종됐기 때문에 동일한 하자 없는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폭스바겐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스바겐이 피해 소비자에게 차량을 교체해줘야 하는 이른바 계약상의 '조달의무'는 비용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에, 차량의 단종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폭스바겐은 민법 439조 4항에 의해 교체비용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는 한 조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독일 연방대법원에 따르면, 피해 소비자는 폭스바겐의 1세대 티구안 차량을 구입했다가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하자가 발견되자 이를 교환해달라고 폭스바겐에 요청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이를 거부했고 피해 소비자는 소송을 냈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단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처음으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구매자는 결함 없는 차로 교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1심 판결이 선고될 전망이다.
국내 한 폭스바겐 매장의 로고.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