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투자은행(IB) 역량 강화가 올해 연말 증권사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실적을 통해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게 입증되면서 IB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사장이 부회장으로 올리고 정 부사장을 새 CEO로 선임하는 것은 IB 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정 부사장은 1988년 입사해 2016년 개인고객그룹장을 맡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ECM부 상무와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지낸 IB 전문가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 규모였던 삼성생명 IPO를 주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현 체제가 계속 되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실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완성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IB 부문에 힘을 실으려고 한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 부사장은 IB 경험이 많고 한국투자증권이 IPO 강자의 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인 만큼 IB 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이 12년간 CEO로 재임하면서 만들어진 균형 잡힌 사업구조란 토대 위에서 IB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글로벌 IB란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도록 하는 게 정 부사장의 역할이란 얘기다.
한국투자증권은 IB와 자산운용, 위탁매매, 자산관리 등 전 부문이 고른 성과를 올리고 있어 증권사 중 가장 완벽한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3분기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고 자기자본이익률(R0E)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 중 1위를 유지했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도 IB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총괄직제를 신설하고 IB총괄에 IB1부문 대표였던 김상태 사장을 임명했다.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IB 총괄.
김 사장은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계속 IB 분야에 몸을 담았다.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과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장 등을 거친 뒤 2015년 돌아와 IB사업부 대표를 맡아왔다. 미래에셋대우는 총괄직 신설과 함께 본부만 3곳을 신설하는 등 IB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내년에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장기적으로도 강한 추세 상승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IB의 중요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번 3분기 실적으로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전문가 전진 배치 등 IB 역량 강화 기조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선두권 도약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최소한 위탁매매에 치중돼 시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라도 증권사들이 IB 강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급감 등의 영향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30% 안팎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IB 강자로 평가되는 증권사들은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9%가량 줄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1.6% 감소하는 데 그쳤다.
NH투자증권은 업계 'IB 대부'로 불리는 정영채 사장이 올해 초 CEO로 취임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을 이끄는 최희문 부회장은 2010년 CEO가 된 뒤 IB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