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수요 부진과 원가부담 증가로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업계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아직 시황이 우려할 정도로 급격히 나빠지지 않았고 당분간 수익성은 견조하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LG화학은 사업 다각화,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를 꺼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1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2476억원, 영업이익 5036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늘었으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34.3% 급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도 기초소재사업에서 매출 4조6489억원, 영업이익 5477억원의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7.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7.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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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영업이익이 나란히 준 데서 드러나듯 석유화학 시황에 대한 업계의 근심은 커졌다. 석화산업은 최근 수년간 초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업계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3조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미국은 에탄분해설비(ECC)의 대규모 증설과 가동을 앞두고 있다. 특히 그간 국내 석화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의 수요 부진과 함께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나면서 제품 스프레드(제품과 원료값 차이)가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올라가는데 제품 가격은 약보합세라 실적이 신통치 않다"며 "시장 상황을 예사롭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전날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석유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각 사 최고경영자들은 석유화학의 다운사이클 진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요즘 시황이 예전보다 못하지만, 원래 시황이라는 것은 항상 업다운이 있다. 회사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했던 지난해가 오히려 비정상이었고, 지금 상황이 정상"이라며 전년 실적과 올해 실적을 곧바로 비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실적은 미국의 허리케인 때문에 에틸렌 생산능력 1000만톤의 북미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렇다고 옛날처럼 급격한 하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BU장(부회장)도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2022년까지는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도 "신산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고기능성·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업황 우려 속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LG화학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초소재와 2차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덕분에 LG화학은 3분기 기초소재사업에서 타격을 입었으나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른 2차전지 매출 호조와 정보전자소재 성수기 진입에 힘입어 전체 실적에서 분기 첫 매출 7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 감소 폭을 줄였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내년 미국 루이지애나 ECC 상업 생산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개발과 울산과 여수공장 증설 등 원료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추가 투자, 2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측도 "원가부담 극복을 위해 원유와 천연가스, 셰일가스 등 원료를 다변화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