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가 올해 안으로 오는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을 담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관련한 업계 의견수렴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본 전제는 찬성하지만 여론에 휩쓸린 생색내기 정책이 될 경우 오히려 산업 발전에 독이 된다는 주장이다.
올해가 석달여 남은 상황에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정부와 업계간 협의와 아젠다 설정이 주요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는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실무를 맡은 워킹그룹(전문가그룹)의 권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돌연 연기한 데서 확인된다. 워킹그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일부 정책 목표와 내용 등에서 타당성과 세부계획 등을 추가 검토해야 해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권고안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6년 7%에서 2040년 최대 40%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워킹그룹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40%'는 내외부에서 의견이 엇갈린다"며 "권고안을 정책화하려면 업계와의 의견수렴과 계량적 내용에 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해프닝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되 급격한 탈원전·석탄에 대한 우려와 정책 오류를 줄이려고 관련 업계와 협의, 내용을 보완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권고안에 관한 업계의 반응에서도 읽힌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권고안의 내용을 잘 몰랐다"며 "정부와 협의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찬성하지만 정책 의지 등에는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구호로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조한 데 비해 문재인정부는 여러 정책과 목표를 제시 중"이라며 "국내는 아직 신재생에너지 테스트베드가 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했다기보다 무관심 속에서도 이만큼 자생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제 와 숟가락을 얻겠다는 것인데 정책 번복이나 급조된 계획을 발표해 괜히 산업 발전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라는 당위성에는 공감했으나 국내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정부가 너무 급격히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신재생에너지 보급 추진을 위해 발표한 '재생에너지3020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목표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다. 그런데 여기에 3차 에너지기본계획으로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40%로 확대한다면, 2030년부터 10년 만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두배나 늘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보다 40년 먼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일본의 정책 목표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이라며 "꾸준한 수요확대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인식 전환이 모두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질보다 양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2030년 이후 중장기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늘리기로 하는 등 업계에 투자를 요청하는 부분에는 "정부를 믿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16년 13.3기가와트(GW)에서 2030년 63.8GW로 늘리기로 하고, 구체적 방법으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골격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그대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유치에 대한 계획이 입안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략적 목표치는 현재 국내 전체에서 6GW가 채 안 되는 태양광발전을 2030년 이후까지 40GW까지 확대하고, 1.2GW에 불과한 풍력은 20GW로 늘리는 게 핵심"이라며 "발전부지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등 기업의 장기투자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